‘총학생회 탄핵’까지? 대학가 온라인 축제 명암

윤민하 기자I 2021.04.17 00:35:49

경희대 국제캠퍼스 ‘퀴즈의 날’ 행사 논란
비대면 행사 불구 연예인 섭외... "등록금 반환 논의는 언제?"
코로나19로 대학가 비대면 온라인 축제 대세
학생들 “여론수렴과 콘텐츠 질 중요”

“스마트폰 화면으로 아이돌 무대 잠깐 보는 걸 원하지 않는다. 등록금 반환 문제에 대해 하루 빨리 진전이 있었으면 한다.” “소통하지 않는 총학생회를 규탄한다.”

최근 경희대 국제캠퍼스 학생들이 총학생회가 진행한 온라인 행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프라인 행사가 아님에도 인기 연예인을 섭외해 등록금을 낭비했다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 등록금 반환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행사 기획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학생들은 행사에 들어간 예산을 공개하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을 통해 공론화를 이어가고 있다. 연서를 받는 등 학생회칙에 따라 총학생회장 탄핵을 위한 단체 행동까지 진행하고 있다.

총학생회가 온라인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점과 이후의 부적절한 대처가 분노를 키운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불가피해진 ‘비대면 교내 행사’를 두고 학생 자치기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비대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경희 퀴즈의 날 ‘KHUiz-ON’ 행사 화면. (사진=경희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 유튜브 캡처)


아이돌 섭외한 온라인 행사에 등록금 아깝다비판

경희대 국제캠퍼스 ‘온:ON’ 총학생회는 지난 9일 비대면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경희 퀴즈의 날 ‘KHUiz-ON’ 행사를 진행했다.

최근 역주행으로 화제를 모은 인기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를 섭외해 그들이 학생들의 사연을 직접 읽어주는 토크쇼 형식으로 구성했다. 앞서 7~8일 진행한 ‘이스포츠(E-sports) 대회’의 연장선이었다.



학생들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행사에 굳이 예산을 들여 연예인을 섭외한 점을 지적했다.

현장 진행을 이유로 삼더라도 결국 연예인을 직접 볼 수 있었던 총학생회만 만족하는 행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등록금 반환과 관련해 총학생회와 대학 본부 간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최근 상황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학생들은 이외에도 연예인 섭외 발표부터 행사 이후 대처 과정까지 총학생회가 소통하려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온라인 축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투표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을 파악하고 결국 취소를 결정한 지난해 총학생회와 현 학생회를 비교하기도 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온:ON 총학생회는 사과문을 내고 “이스포츠 대회는 학생복지 분야의 공약 이행과 함께 코로나19의 지속으로 지쳐 있는 학우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리프레시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형식적인 사과 대신 예산 공개가 먼저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학생회칙에 근거해 총학생회장 탄핵안을 발의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단체행동에도 나섰다.

서명운동을 이끌고 있는 익명의 학생은 단체 대화방에서 “(현 총학생회장단은) 주요 공약이었던 등록금 반환 운동에 대한 질문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며 “학생들이 반대하는 연예인 초청 행사는 강행하며 학생과 소통하는 자세와는 반대되는 태도를 취한 국제캠퍼스 53대 총학생회장단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 상황에 연대감 고취” vs “참여율 현저히 낮아이견

코로나 19가 길어지자 학생 자치기구는 축제·오리엔테이션(OT)과 같은 감염 위험이 큰 대면 행사를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행사로 대체하거나 전환하는 추세다. 화상 모임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생중계를 활용해 공연·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그러나 온라인 행사를 두고 학생들은 이견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는 긍정적인 입장과,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등록금 낭비라는 부정적인 입장이 충돌하는 것.

성신여대에 다니는 이희연(24·여) 씨는 지난해 10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정대동제’에 대해 “(온라인 축제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학생들의 연대감과 소속감을 고취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연예인 섭외를 통한 공연뿐만 아니라 타로·전시 등 학생들이 직접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북지역의 한 국립대생 김태희(26·남)씨는 대면 행사에 비해 온라인 행사의 참여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비대면 축제를 유튜브로 시청한 김씨는 “연예인 무대 이전에 교내 동아리 공연이 있었는데 시청자가 100명도 안됐다”며 “연예인이 등장하자 (시청 인원이) 몇백 명 정도로 늘어났지만 ‘학우들이 보지도 않는 행사를 등록금 아깝게 굳이 왜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성신여대 총학생회가 진행한 온라인 축제 사후 만족도 조사 안내 화면. (사진=성신여대 총학생회 공식 블로그)


사전 동의 얻고 콘텐츠 재미 보장해야 참여 의사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기 전 세부 사항에 대한 여론을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학생들은 주장한다. 관행적으로 열리던 대면 축제가 코로나19로 전환점을 맞았기 때문에 행사 기획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

실제 성신여대의 온라인 축제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여론 수렴과 홍보가 있었다. 축제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감지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재학생들의 의견을 모은 것. 축제가 끝난 뒤에도 만족도 조사를 진행해 추후 행사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씨는 “온라인 축제를 두고 학우들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총학생회가 축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학우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들으려 했다”며 “이전의 오프라인 축제 못지않게 학과 단체 공지방·총학생회 SNS 등을 통해 온라인 축제 개최를 홍보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비대면 행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 기획에 더욱 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씨는 “대면 축제는 사실 현장의 들뜬 분위기 덕에 연예인 공연만 즐겨도 신이 난다”면서도 “비대면 행사는 현장감이 없는 만큼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마련돼야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보지 않은 길’인 비대면 행사를 기획하는 총학생회 등 학생 자치기구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는 사과문에서 “지적해준 비대면 시대의 소통방식을 점검하고 개선하겠다”며 “적극적인 의견수렴과 반영을 위한 방향을 고민하고 개선 사항을 충분히 공유해 사전 공감대 형성에 더 신경 써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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