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조두순도 복지급여를 받는 이유

장영락 기자I 2021.02.07 00:25:37

조두순 기초생활보장법 따라 주거급여 등 수령
시민들 반발, "급여 압류" 등 주장
복지관련 법들, 보편적 생계보장 정책 따라 전과자 예외 규정 없어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이 이번 주 기초생활보장수급 자격을 얻어 월 120만원 정도의 복지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크게 논란이 일었습니다.

범죄에 대한 처벌조차 충분히 치르지 않았다는 비난이 있는 인물이 나라에서 주는 복지급여까지 받는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반발한 것입니다.

사진=뉴시스
조씨가 거주중인 경기도 안산시는 최근 생활보장위원회를 열어 조씨 부부에 대한 기초생활보장수급 자격을 심사해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조씨 부부는 기초연금 30만원, 생계급여 62만6424원, 주거급여 26만8000원 등 모두 119만원 이상의 복지급여를 매월 받게 됩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급여를 주지 말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록돼 상당한 관심을 끌었지만 현행법은 전과자라도 기초생활보장법의 취지에 맞게 급여를 지급토록 하고 있습니다.

복지급여 근거법 따라 기초연금, 생계급여 등 지급

조씨가 받는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주거급여는 각각 기초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주거급여법에 근거를 두고 지급됩니다.

기초연금법은 만 65세 이상에 월 소득인정액이 270만원(배우자가 있는 경우) 이하인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매달 30만원(2012년 기준)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범죄자, 전과자에 대한 예외 규정은 없으므로 조씨에 대한 급여를 거부할 근거는 없는 셈입니다.

생계급여 역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8조에 따라 일정한 월 소득인정액 이하에 해당하면 모든 대한민국 국적 가구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자식이 없는 조씨 부부는 이 조건을 충족하고 부양의무자 또한 없어 역시 생계급여 대상자가 됐습니다.

생계급여도 전과자에 대한 지급 예외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주거급여법 또한 전과자 예외규정은 없으므로 조씨가 주거급여를 받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과자 예외 규정 없는 복지급여

이렇듯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재원이 충당되는 각종 복지급여에 범죄자나 전과자에 대한 지급 중지, 거절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복지 관련 보장법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보편성’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기초생활보장법 등은 ‘국가가 국민 생계의 최저선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설계했습니다. 따라서 조씨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방법은 그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반드시 전과자라는 조건이 아니라도 다른 여러 이유로 이러한 보편적 생계 급여에 예외를 두기 시작한다면 국가가 국민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복지정책의 토대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습니다.

조씨가 받을 급여를 압류해 피해자 구제에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35조 등에 따라 생계급여 등은 압류와 양도조차 금지되는 절대적 권리로 보호받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각 급여가 별도의 예외규정 없이 보편적 지급 원칙으로 설계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 출소일인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일부 시민들이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를 나서 집으로 향하는 호송차량을 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는 흉악범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현실사회의 법 사이 괴리를 느낍니다.

그러나 이 괴리는 근본적으로 조씨가 적절한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데서 기인하는 문제로 봐야 합니다. 조씨가 ‘응당 받아야 할 정의로운 처분을 받지 못했다’는 시민들의 감정은 부실한 형사처벌 과정에서 자라났습니다. 한국 사법 체계의 사각지대가 출소 후 복지급여에 이르기까지 조씨와 관련된 논쟁이 그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 셈입니다.

조씨가 형사 재판에서 적용되는 양형기준의 허점을 이용해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했다는 사실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주취감경을 주장하는 조씨에 대한 기소당국의 대응 역시 허술했다는 비판도 나온 바 있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복지급여의 근거가 되는 복지 관련 법안들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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