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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해우소] '재택근무=근무태만일까?'

황효원 기자I 2020.09.19 00:05:00

화상회의 외모 지적부터 성희롱까지…新 '온라인 직장갑질'
재택근무 적용않는 중소기업도, 無 가이드라인 탓 현장에선 혼선 빚어지기도
"카페서 재택근무 할 수 있나요?" 고용부, '재택근무 매뉴얼' 발표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기성세대를 풍자하기 위해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라떼는(나 때는)말이야”는 누군가에게는 웃어넘기지 못할 말일 수도 있다. 이데일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직장인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공인노무사에게 노동관련법에 저촉되는지 들어봤다.

(사진=이데일리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근로현장에서 부작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A씨는 보안이 높은 업종 특성상 회사의 보안시스템을 설치한 후 일을 시작한다.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도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담당 직원과도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아침마다 어려움을 겪었다.또 회사 메신저로 일을 하다 보니 잠시 자리를 비워 즉각 답을 하지 않으면 상사로부터 꾸중을 들어야 했다. 이외에도 퇴근 이후에도 수시로 이뤄지는 메신저 ‘지시’로 노이로제를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재택근무를 한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온라인으로 갑질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54.4%를 기록했다.

대체로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재택근무 중 ‘온라인 갑질’을 겪은 이들도 41.8%에 달했다. 온라인 갑질 사례로는 ‘업무시간 외 지시’가 47.3%로 가장 많았으며 △근무환경 지원부족 △사생활 개입 △화상으로 외모 지적 및 성희롱 등이 뒤를 이었다. ‘근무환경 지원부족’ 대표적인 사례로는 노트북 미지급 등이 꼽혔다.

실제로 화상회의 때 외모를 지적하는 ‘언택트(비대면) 직장갑질’을 토로하는 직장인들도 생겨났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B(31)씨는 “상사가 화상으로 얼굴 보니 새로운 느낌이다”라며 “인터넷 방송 채널 만들어 돈을 벌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언급으로 상사의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직장인들의 근무방식은 달라졌지만 직장갑질은 여전했다. 오히려 화상 회의로 느슨해진 분위기 속 직장갑질 유형은 진화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아예 ‘재택근무’ 적용을 받지 않은 곳도 있어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진다는 의견이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가족돌봄, 업무 효율화 등 재택근무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잘 정착된다면 기업의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이 올라가면서 이는 기업에게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사회를 지나가면서 기업들은 근무자의 근태관리·성과평가 방식 등에 있어 고민해야할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재택근무에 대한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담은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재택근무 쟁점에 대해 교수, 변호사,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포럼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소개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택근무에 대한 궁금증과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재택근무자의 근태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재택근무자가 근로시간 중 사용자의 승인 없이 근무 장소를 임의로 벗어나거나 사적 용무를 할 경우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집에서 일하는 조건에 따라 근로시간과 일상생활이 섞일 수밖에 없는 만큼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아픈 가족이나 유아 돌봄, 집 전화받기, 여름철 샤워 등은 사용자도 양해할 필요가 있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것은 괜찮을까?

△단체협약 등에 근거가 있거나 노사 합의 또는 사용자의 승인이 있을 경우 집 밖의 장소도 재택근무 장소로 추가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 임의로 근무지를 바꾸면 복무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책상에서 일어나다가 갑자기 허리 ‘삐끗’…산재일까?

△집 근처 편의점에 식료품을 사러 가다가 넘어져 다친 경우처럼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행위에 따른 부상이나 질병이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집에서 용변을 보는 등 생리적 행위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 수행 과정의 ‘생리적 필요 행위’로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사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택근무자의 근태관리와 성과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

△재택근무자의 복무에 대해선 근로계약, 취업규칙 등에서 별도로 정한 바가 없다면 출근 시 적용되는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재택근무자는 근무시간 중 사용자의 승인 없이 근무장소인 자택을 임의로 벗어나거나 근무장소에서 개인업무, 취미활동 등 사적 용무를 하지 않는다.

-재택근무 중 발생하는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나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이는 재택근무 중에서 동일하게 적용한다.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는 사생활에 대한 언급 등이 업무상 필요성 및 상당성의 측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저해를 유발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회사가 정규직에게만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비정규직에게는 출근을 시킨다면?

△업무 내용과 작업 특성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차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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