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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시장은 분화하고 있다. 블루보틀 등이 중심이 된 ‘스페셜티(고급커피)’ 시장이 열리고 이디야와 폴바셋 등이 경쟁하는 중저가 시장, 동네 커피숍을 중심으로 한 저가 시장으로 나뉘어 살아남기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매각도 한국 커피 시장의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추가 매물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향후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치킨게임 접어든 커피전문점 경쟁 구도
서울 역삼동에서 동네 카페 3곳을 운영하는 김 모 사장은 ‘요새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변에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생기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내 커피머신 보급, 편의점의 커피 판매 등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 성수기 하루 500잔 팔던 김 사장의 일 매출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실제 국내 커피숍 시장은 성숙기에 들어갔다. 관세청 추산 지난해(2018년) 커피 원두 수입량은 15만9395톤(t)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커피 업계는 반면 생두(로스팅하지 않은 원두)와 커피원액, 커피머신 등의 수입량은 늘어 한국 커피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화 상태에 다다른 커피 전문점 시장의 승자는 스타벅스다.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연결 실적은 1조5224억원이다. 국내 커피 시장의 규모가 11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1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스타벅스는 매장 출점도 공격적이다. 2015년 이후 해마다 100개가 넘는 매장을 신규 개설했다. 강남이나 명동 등 중심 상권에 2~3개 이상 복수 출점이 가능하다는 이점과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차별화 덕분에 스타벅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이상규 (사)한국커피협회 회장은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만큼 스타벅스가 선전하는 나라가 없다”면서 “스타벅스 본사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티와 저가커피…분화되는 시장
무적 스타벅스 제국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블루보틀’이다. 스타벅스가 원두커피 시대를 열었다면 블루보틀은 고급커피 시장을 대중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스페셜티 시장에서만큼은 스타벅스에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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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의 화제성은 구글트렌드를 보면 잘 나온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이 문을 연 지난 3일 블루보틀 검색 횟수는 스타벅스의 약 4배였다. 5일 이후부터는 다시 스타벅스가 검색 빈도 면에서 앞서나갔지만 블루보틀은 신생이라기엔 여전히 만만치 않은 화제성을 낳고 있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토종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특히 이디야는 매장 수로는 국내 1위다. 올해 4월 기준 매장 수 2477개로, 5년 사이 2배로 늘었다. 소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대부분으로 매출 면에서는 스타벅스의 상대가 안 되지만, 한국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매일유업 관계사인 폴바셋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 폴바셋의 매출은 828억원으로 올해 1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매출 성장률은 2014년(285억원) 대비 3배 가량이다. 테라로사 등 새로운 커피 프랜차이즈도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올 하반기 IB 시장 핫이슈 된다
국내 2위 커피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가 매각되면서 국내 투자금융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른 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사모펀드의 인수전 실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다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부실한 경영상의 문제가 발견돼 실제 인수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는 후문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만에 하나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이마트가 보유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50%를 인수한다면 국내 커피 업계는 물론 유통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공식 출범한지 20년째 되는 해이다. 앞서 스타벅스는 중국과 일본에 한국과 같은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진출했다가 현지 업체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신세계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분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