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하고 일단 전화를 받으면 기다릴 것도 없이 당장 육두문자가 날아온다. ‘당신들은 뭐하고 있었기에 주가가 이렇게 떨어질 때까지 방관하고 있냐’는 게 주된 내용이지만 감정이 격해지면 심한 비속어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대놓고 ‘XXX야’ 라는 욕을 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날은 자리를 비우기도 어렵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옆 자리 직원이 받지만 다른 파트이기 때문에 괜히 욕 들어먹는 것이 미안해서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노파의 흐느낌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한다. 진지하게 기업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조언을 건네는 장기 투자자들도 없진 않다. 이들이 건네는 의견 중 참고할 만한 것들은 메모해두기도 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국내·외 각지에서 얻은 내용을 제보하는 전화도 자주 걸려온다. 어떤 주주는 해외 학술지에 회사와 관계있는 치료법 임상에 대한 논문이 게재됐으니 어서 보도자료를 내라고 독촉하기도 한다. 준비 중인 신제품 출시 시기나 임상 결과를 알려달라고도 윽박지른다.
IR모임에서 알게 된 한 지인은 악성 민원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얼마 전 친한 주식담당자는 인사 이동을 신청해 파트를 옮겨버렸다. 젊은 직원들 중에서는 새로 시작하겠다며 아예 직장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해당 내용은 상장사 주식담당자들의 발언을 재구성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