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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보험 1~2개 내고 개점휴업?…디지털 손보 '적자행진'

유은실 기자I 2023.04.17 05:21:00

캐롯·하나·신한EZ·카카오손보 모두 '당기순손실'
신상품 예고···캐롯 '車'·신한EZ '권리·기술보험'
장기보험 강화 한 목소리···"수익성 끌어올릴 것"
"보험비교서비스 기회요인···채널확대 효과 기대"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국내 디지털 손보사들이 지난해 모두 적자를 냈다. 적자 실적은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을 주로 판매하다 보니 수익성이 높지 않은 데다, 상품 1~2개에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디지털보험사들, 수익성 악화 극복 못해

16일 각 보험사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보는 손실 규모가 매년 커지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캐롯손보는 지난 2020년, 2021년 각각 381억원, 6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22년 당기순손실 규모는 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커졌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전환을 선포한 하나손해보험도 지난해 7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하나손보는 사이버마케팅(CM) 채널뿐 아니라 대면·텔레마케팅(TM) 채널도 가지고 있는데, TM채널에서 자동차보험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에 데뷔한 신한EZ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인력·시스템·마케팅 등에 들어간 초기 비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한EZ손보와 카카오페이손보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각각 150억원, 261억원으로 나타났다.

비용과 별개로 존재감도 미미했다. 이들에 혁신적인 모습을 기대한 업계 관계자들은 “작년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고 평했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이렇다 할 신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신한EZ손보의 전신인 BNP파리바카디프손보의 상품을 이어받아 출시한 ‘행복두배대출상환보험’을 제외하곤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었고, 카카오페이손보도 ‘금융안심보험’ 상품 외 다른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상품 출시 소식이 끊긴지 오래다 보니 디지털보험사에게 기대되는 ‘메기 역할’도 못했다는 냉혹한 평가도 나온다. 신한EZ손보와 카카오페이손보 모두 출범 당시 디지털 손보사이자 ‘일상생활 리스크 관리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올해 ‘전략’ 들어보니…‘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방점

올해는 디지털 손보사들 실적 흐름에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IFRS17 실시로 매출 및 실적 계산식이 바뀌면서 수익성 중심의 상품군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상품의 손해율은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캐롯롯손보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사업 확장을 꾀한다. 커넥티드 데이터 등을 활용해 ‘넥스트 퍼마일 보험’을 출시할 방침이다. 동시에 내부적으론 데이터 효율화를 통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을 추진한다.

장기보험 경쟁력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캐롯손보는 올해 직장인 대상 건강보험에 ‘마음케어모듈’ 특약을 신설했다. 우울증, 조현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특약이다.

하나손보도 기존 수입원이었던 자동차보험을 넘어 장기보험 마케팅을 강화한다. 특히 시장 반응이 좋은 건강보험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말 그레이드헬스체인(GHC)의 건강등급산출 플랫폼과 연동한 ‘건강보험 상품’의 보장을 강화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올해 생활 밀착형 보험을 통해 인식 개선과 사용자 기반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손보 관계자는 “사용자 기반이 갖춰지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수익 구조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업 로드맵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EZ손보는 신한금융그룹과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에도 힘을 준다. 올해 ‘운전자보험은 신한이지’라는 신상품을 내놓았다. 운전자보험은 계약기간이 1년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3년 이상의 장기보험상품이라 수익성이 좋은 상품군에 분류된다. 올 1월부터는 관계사인 신한라이프 대면채널 대상으로 장기운전자보험 상품에 대한 교차영업도 실시하고 있다.

또 권리·기술·해상보험이라는 새로운 보험 종목도 개시한다. 차량 관련 상품 포트폴리오도 넓힐 계획이다. 신한EZ손보 관계자는 “향후에도 상품·채널 확장을 통해 장기보험 판매 활성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보험사들은 보험상품비교추천서비스 플랫폼 출시도 ‘기회’라고 봤다. 규모화된 조직과 푸시 연고 영업방식으로 성장해 온 온 보험산업에서 디지털 손보사들의 자체 채널로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고유의 상품 경쟁력이 확보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한 디지털손보사 관계자는 “혁신형 상품을 출시해도 대형 영업조직을 보유한 전통 보험사 대비 상품 노출, 고객 유입에 한계점이 있었다”며 “순수한 상품 경쟁력을 비교할 수 있는 보험비교추천플랫폼이 출시되면 디지털 보험사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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