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지진 피해 튀르키예의 눈물, 우리가 닦아 줄 때다

논설 위원I 2023.02.09 05:00:00
6일 새벽 덮친 규모 7.8 강진으로 3만명에 육박하는 사상자를 낸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지역의 재난 피해는 눈물 없인 보기 어려울 정도다. 황폐화된 도시와 무너진 건물 더미, 이재민들의 절규와 고통을 전하는 외신들로부터는 ‘아마겟돈’(지구 최후의 날)같은 광경이 펼쳐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구조 인력과 장비, 의료 지원, 구호 물품 등 국제 사회의 도움이 촌각을 다툴 만큼 절박하고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 등의 국제 기구는 물론 미국, 유럽 연합 등 각국이 구호와 인도적 지원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더 각별하다. 튀르키예와의 우호, 역사적 관계 등에 비추어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 더 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튀르키예는 북한의 전쟁 도발로 한국이 공산화 위기에 빠진 1950년 유엔의 파병 요청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참전해 함께 피 흘린 나라다. 연인원 1만 4936명이 참전해 3046명의 전사상자를 냈다. 수원에서는 1952년 고아원을 세워 전쟁 고아를 보살폈으며 640여명의 아동을 1966년까지 먹이고 입혔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5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 제공과 함께 110여명 규모의 긴급구호대를 파견하기로 하고 속히 실행한 것은 옳은 일이다. 2300만여명의 이재민이 식량과 약품 부족에 애태울 현실을 생각하면 구호 인력과 물품을 군 수송기로 긴급 지원하기로 한 것 또한 시의적절하다. 두 나라 국민의 우호적 감정과 활발한 교류 등 밀접한 양국 관계로 볼 때 민간 부문의 동참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아산재단이 40만달러의 지원금을 낸 데 이어 ‘배구 여제’ 김연경은 세 차례나 “튀르키예를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튀르키예 등 우방국들의 도움으로 전쟁의 참화를 이겨낸 한국은 원조받던 나라에서 G7 진입을 넘보는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다. 유엔무역개발계획은 2021년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했다. 세계사에 두 번 다시 있기 힘든 기적의 드라마다. 달라진 국격과 어느 국민보다 따뜻한 우리의 마음을 보여줄 기회는 지금이다. 비탄과 절망에 잠긴 튀르키예에 구원과 위로의 손길을 아낌없이 내밀어야 한다. 고난에 빠진 친구를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