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최예빈 "실제 나랑 반대인 캐릭터, 많은 감정 배워" [인터뷰]①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펜트하우스3 배우 최예빈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은별이를 만나 다양한 감정을 배웠고 연기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법을 배웠어요.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을 경험하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연기하는 실제 제 자신만큼은 건강했던 순간들이었죠.”

첫 드라마 데뷔작인 ‘펜트하우스’ 시리즈로 성공적 눈도장을 찍은 최예빈이 약 1년 6개월, 총 세 시즌에 걸쳐 하은별이란 캐릭터를 완성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10일 시즌3 대장정의 막을 내린 SBS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복수극을 다룬 드라마였다. ‘헤라팰리스’란 부유층의 상징적 공간과 세 여성의 얽히고설킨 악연을 중심으로 자식의 성공과 개인의 복수, 욕망을 위한 연대와 복수를 처절하게 그려내 인기를 얻었다.

최예빈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랜 시간 찍은 만큼 쉽사리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같이 한 스탭, 동료, 선배님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시원함보단 섭섭함이 크다”는 종영소감과 함께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현장에서 일한 저희와 함께 달려주신 시청자분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저 배우 최예빈도 많이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펜트하우스’를 첫 데뷔작으로 만난 최예빈은 극 중 악녀 천서진(김소연 분)과 하윤철(윤종훈 분)의 딸 하은별을 맡아 열연했다. 하은별은 청아예고에서 배로나(김현수 분), 주석경(한지현 분) 등 라이벌에게 번번이 밀리는 실력으로 늘 2인자에 머물러 있는 인물이다. 자신이 동경하는 엄마 천서진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인정 받지 못하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엄마의 강압적인 교육 방식과 악행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캐릭터다. 다만 종국에는 후회와 참회의 감정을 느껴 점점 파멸로 치닫는 엄마의 악행을 직접 고발, 이후 천서진이 무기징역을 받게 함으로써 악행의 무한고리들을 끊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최예빈은 이번 작품에서 쇠약한 정신을 지닌 하은별의 감정선과 시즌을 거듭하며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들을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예빈은 캐릭터에 대해 호흡이 긴 드라마라 시즌을 거듭하며 캐릭터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특히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즌1 초반은 은별이가 중3이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학생처럼 보여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외적, 내적으로 어린 모습을 강조하고자 감정 표현을 좀 더 솔직하고 서툴게, 과하게 드러나게끔 연기했다”며 “반면 시즌 2, 3의 은별이는 외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생활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속마음을 적당히 숨기는 법도 배우기 때문에 그런 변화들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외적인 스타일링은 엄마 천서진으로 호흡한 배우 김소연의 착장을 많이 참고했다고. 최예빈은 “자신이 인정받고 싶고 동경하는 사람이 천서진이었기 때문에 은별이가 나이들면서 스타일링 면에서도 엄마의 깔끔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따라가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성악 레슨도 병행해야 했다. 그는 “작년 1월부터 성악 레슨을 받았다. 처음에는 발성 등 기본기를 선생님께 배운 뒤 촬영에 필요한 곡들을 그때 그때 직접 연습하는 식”이라며 “은별이는 항상 삑사리가 나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삑사리를 내는 게 좋을지도 선생님과 사전에 협의해 정하고 연습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건들과 캐릭터를 맡다 보니 감정의 폭을 어디까지 두고 연기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서도 “다행히 현장에서 감독님이 디렉팅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셨고, 소품 등 현장의 요소나 상황에서 연기에 대한 힌트들을 얻어갔다. 선배님들과 호흡하며 주고받는 에너지들도 큰 힘이 됐다”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첫 안방 데뷔작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시즌제 드라마로 만난 게 연기자로서 만나보기 힘든 행운이자 영광이었기에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차기작 부담에 대해선 “은별이란 캐릭터 자체가 저랑 다른 점이 많았기 때문에 부담은 없고, 오히려 다음엔 나랑 가까운 지점이 많은 캐릭터를 맡게 되면 어떨까 기대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펜트하우스3 배우 최예빈

실제 자신의 성격은 웃음이 굉장히 많고 긍정적인 편이라고. 최예빈은 “은별이는 극 중 행복감을 느끼거나 웃은 적이 거의 없다. 그래도 가장 비슷한 점을 찾아보자면 저도 불안을 좀 느끼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또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 상황을 대입해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 대신 대본을 정독하고 은별이를 이해하며 그 안에서 서사를 만들어나가려 했다”고도 설명했다.

국적 불문 수많은 팬들이 남겨주는 SNS 댓글을 통해 드라마가 받는 사랑과 인기를 체감 중이라고도 전했다. 최예빈은 “제 팬들이 촬영장에 첫 커피차를 보내주신 게 가장 감사하고 잊을 수 없던 순간”이라며 “시간이 없어 댓글에 한 분 한 분 답을 해드릴 수 없다는 게 죄송하다. 다양한 국가의 팬분들이 자국어로 은별이를 응원해주시는데 모여서 제게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드라마가 긴 시간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건 대본의 힘과 감독의 디렉팅, 배우들의 연기 합이 삼위일체로 맞아떨어진 결과일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감독님의 디렉팅 덕에 대본의 재미나 캐릭터의 매력이 훨씬 극대화되는 것 같다. 큰 주축을 맡아주신 선배님들부터 조연 선배님들까지 위트있는 연기를 보여주신 게 다 합을 이룬 것 같다. 현장 분위기가 특히 너무 좋다”고 전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도 느껴졌다. 최예빈은 “은별이는 상처도 많고 현실에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특이한 점들을 지닌 인물이어서 궁금했고, 잘 해내고 싶었다. 첫 캐릭터라 애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전보다 연기에 더 애정을 갖고 진지하게 다가서게 된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그는 “현장에 관해 많은 걸 배웠다. 처음엔 신인이라 그저 긴장된 상태로 촬영장에 출근했다면, 이젠 연기자로서 저의 고민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즐겁게 출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에는 연기를 직업으로 갖고 싶다고 생각해 오디션을 준비했지만, 앞으로는 제게 사랑을 주신 많은 분들의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더 발전하고 노력해 오래오래 일하고 싶은 생각”이라는 포부를 덧붙였다.

이어 “‘펜트하우스’가 저에겐 고향, 베이스캠프 같은 작품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