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년래 최고치에도…원유 ETF는 마이너스

김윤지 기자I 2021.03.09 01:30:00

ETF 1년새 -8%, 유가 상승률 못미쳐
월물 분산·롤오버 등 선물 특성 고려
“사우디 감산 등 유가 상승 지속 전망”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국제 유가가 최근 2년 사이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지난해 투자 열풍이 불었던 원유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여전히 손실 구간에 머물고 있다. 만기가 존재하는 선물 투자의 특성 때문이다.

한 정유공장. 사진 AFP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26달러(3.54%) 상승한 66.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9년 4월 기록한 66.30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유가는 이미 지난해 최고점을 넘어섰지만, 연동되는 ETF 수익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날 ‘KODEX WTI원유선물(H)’는 전거래일 대비 410원(4.23%) 상승한 1만95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 선물 가격으로 산출되는 기초지수(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3월 17일 이후 약 1년 만에 1만원대로 올라섰다. 최근 1년 수익률은 -8.35%에 머물고 있다. 거래량이 폭발했던 지난해 4월 29일 종가로 해당 ETF를 매수했다면 198.9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300% 넘게 오른 유가와 차이가 크다.

일단 롤오버 효과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만기가 있는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은 보유 월물 교체가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이때 시장 상황과 이자비용, 보관비용 등으로 인해 최근 월물(근월물)과 다음 월물(익월물)의 가격 괴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원유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던 시기에는 슈퍼 콘탱고, 즉 지금보다 미래에 원유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만기가 긴 선물 가격이 높았다. 즉 근월물 보다 비싼 익월물로 교체하다 보니 비용이 발생해 지난해 투자 성과가 부진했다.

최근 원유 시장은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거나 결제월이 멀수록 선물가격이 낮아지는 백워데이션 상태다. 지난해보다 상황은 개선됐으나, 월물을 분산하고 있어 WTI 상승을 온전히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 이날 기준 해당 ETF는 WTI 4월물(76.61%), 5월물(12.58%), ‘United States OIL’ ETF를 10.99% 담고 있다.

원유 선물이 아닌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ETF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 상장기업 중 원유·가스탐사 및 생산하는 기업으로 구성된 ‘S&P Oil & Gas Exploration & Production Select Industry’ 지수를 추종하는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H)’의 1년 수익률은 70.15%에 달한다. 마라톤 오일(5.32%), 다이아몬드백 에너지(4.92%) 등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백신 공급 본격화에 따른 수요 증대 기대감과 함께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지난 3월 회의를 통해 사우디 등이 강력한 유가 부양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예멘 반군 후티와 사우디의 갈등도 유가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OPEC+의 감산 연장으로 유가 하방 지지선이 높아졌다”면서도 “유가 상승으로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원유수입국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고 러시아와 같은 비(非) OPEC 산유국의 원유 공급이 단기간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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