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김범수 영상 편지 속 ‘카카오 성공비결’

김현아 기자I 2020.03.22 04:56:08

①문제의 본질에 충실하라
②수평적인 기업문화가 자기주도성 키운다
③선한 의지가 사회와의 공감능력으로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카카오는 어떻게 10년 만에 시가 총액이 12조 9676억 원(20일 장 마감 기준)이나 되는 회사가 됐을까요.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라는 겉으로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서비스로 시작해서 말이죠.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통신회사인 KT(4조 9350억 원)나 LG유플러스(4조 2788억 원)는 물론 금융회사인 KB금융(12조 8277억 원), 신한지주(11조 6749억 원), 그리고 철강회사 포스코(12조 5985억 원)보다 높습니다.

▲카카오톡 앱의 변천사


카카오의 성공에는 2009년 아이폰의 국내 상륙으로 열린 앱 생태계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이통사가 판매했던 게임과 벨소리·화보가 대부분이었던 모바일 콘텐츠가 앱스토어에서 사고파는 시장으로 바뀐 것이죠.

카카오톡이 출시된 2010년 3월 18일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김범수 의장은 당시에 대해 “앱스토어에 올리고 지켜보며 흥분하고 기대하고 불안해하고 초조했던 기억, 한 달 만에 결과가 나와 인생의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가 애플과 아이폰을 들여온 KT 덕분에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합니다. 스마트폰 앱 세상이 열렸지만 카카오처럼 성공한 기업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지난 18일 오전 10시,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직원들에게 보낸 10여 분짜리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 8000여 명에게 영상 편지로 카카오TV를 통해 전달된 것이죠. 그리고 ①문제의 본질에 대한 탐험가 정신 ②수평적인 기업문화 ③선한 의지가 성공비결이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그의 카톡 프로필에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라는 글이 있다. 그가 무료이며 편리한 새로운 모바일 메신저를 생각한 것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꾼 덕분이다.


①문제의 본질에 충실하라

김 의장은 카카오의 시작이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하는 ‘도전’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단독 회사로서는 하기 힘든 일들, 미래의 이니셔티브를 찾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저는 호기심 많고 상상하고 이루려는 사람”이라며 “(카카오톡을 만든 아이위랩 창업 당시) 대한민국에 없던 회사를 한번 지향해 보자는 생각이었다”면서 “배는 항구에 정박할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살아봤던 세상이 아니어서 리더들이 어긋나면 안된다. 본질을 잘 이해하고 판단하는 사람이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점차 말 대신 글로 소통하기를 원하는데 당시 통신사의 문자메시지는 비싸고 불편하고 예쁘지 않았죠. 이런 문제의 본질을 찾아 저격한 것이 바로 카카오톡입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명함에서 자기 이름을 크게 새긴 경제연구소 소장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명함의 본질은 이름이어서 이름을 크게 했다”고 하시더군요. 유흥업소 호객꾼 같다고 놀렸지만요.

▲18일 오전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직원 8천여명에게 보낸 영상 편지 속 김범수 의장. 카카오TV캡처


②수평적인 기업문화가 자기주도성 키운다

김범수 의장은 “사람이 일을 하는게 아니고, 시스템이 일을 하는게 아니고, ‘문화가 일을 한다’는 말을 굉장히 믿는다”고 했습니다. 제게는 직원 개개인의 능력이나 회사의 룰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주는 게 경영자로서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권위보다는 능력이, 형식보다는 실용이,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로요.

이 때문인지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라고 부르고 계열사들을 ‘카카오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존칭 없는 영어 이름을 쓰면 말하기가 수월해질 것 같아 김범수 의장은 브라이언,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메이슨과 션으로 불리죠. 이를테면 금방 입사한 직원들도 “브라이언,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할 수 있죠. 김 의장은 이런 기업 문화를 두고 ‘카카오스러움’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문화는 전통적인 대기업만큼이나 보수적인 기업문화의 대명사인 언론사들도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주 많은 세상의 지식과 지혜가 모이는 언론사가 수직적인 기업문화로 직원들(기자들)의 자발성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범수 의장의 영상 편지 마지막에는 그의 영어이름이자,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인 둥둥섬의 왕자 수사자 ‘브라이언’도 함께해서 ‘컷’하는 순간 마지막 장면에서 함께 인사했다.


③선한 의지가 사회와의 공감능력으로

저는 김범수 의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가 국정감사장에 출석했을 때 간단하게 인사한 정도이죠. 그런데, 그를 아는 지인은 저를 만날 때마다 “범수만큼 세상을 선한 눈으로 보는 사람이 없어. 이번에도 10주년을 맞아 카카오스러운 공헌을 하고 싶어하더라고”라고 하더군요.

김 의장은 영상 편지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가)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직은 많이 미흡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면서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가진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극복을 돕기 위해 카카오 차원의 20억 기부와 함께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 주식 중 20억 원에 해당하는 1만1000주(3월4일 종가기준)를 기부했죠.

‘선한 의지를 가진 기업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정말 동의하는 말입니다. 다만, 최근 잇따르는 카카오톡 불통 사고는 김 의장이 챙겨야 할 사안인 듯합니다. 카카오톡이 통신사의 비합리적인 사업모델의 틈바구니를 뚫고 성공했다면, 이제는 통신사의 인프라 관리 능력을 배울만한 이유가 생긴 셈이죠.

카카오의 또 다른 10년은 그가 말했듯이 ‘비욘드 모바일’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이 바꾸는 세상에서도 선한 의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김범수 의장과 카카오의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