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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일자리 많은 제조업서 취업자 9.7만↓…4개월째 뒷걸음질

김은비 기자I 2023.05.11 05:00:00

통계청 '2023년 4월 고용동향 발표'
취업자 수 전년比 35.4만명↑…증가폭 다시 둔화
청년층 13.7만 줄어…6개월 연속 감소
"경기회복 제약있어 양질의 일자리 감소 우려돼"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이지은 기자] 반도체 등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 여파로 고용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60대 이상 고령층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0만명 이상 늘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의 취업자수는 수출 부진 직격탄으로 9만명 이상 급감했다. 하반기 경기 반등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늘어나는 가운데 고용의 질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3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만4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3월(46만9000명)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2월(31만2000명)보다는 컸다.

하지만 늘어난 취업자 수는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층이었고, 청년층(15∼29세)은 오히려 감소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4만2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35만4000명)보다 많았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에서는 취업자수가 오히려 8만8000명 줄었다는 의미다. 특히 청년층 취업자는 13만7000명 줄어들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폭은 2021년 2월(-14만2000명) 이후 최대다. 혈세를 투입해 만들어낸 공공 일자리가 대부분인 고령층이 전체 취업자 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소비·관광 회복 등으로 민간 소비가 살아나면서 내수·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났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17만1000명 증가하면서 산업별 취업자 중에서는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뒤를 이어 60세 이상 노동인구가 많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수도 14만8000명 증가했다.

반면 질 좋은 민간 일자리로 대표되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 7000명 줄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폭은 2020년 12월(11만명)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제조업은 전체 일자리의 15% 비중을 차지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급여가 높고 안정적인 편이어서 가장 좋은 일자리로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 수출 부진 여파로 IT 부문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재연 우려 등으로 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 도소매업(-6만2000명), 건설업(-3만1000명) 등에서도 취업자 수가 큰폭 줄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강소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하반기에도 경기 부진 지속 가능성…“규제 풀고 일자리 창출 여력 만들어줘야”


고용지표가 대표적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에서 하반기 고용 상황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4.2% 감소했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수요와 가격의 동반 하락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작년 8월 이후 9개월 내리 마이너스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곧 바닥을 찍고 반등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당분간 회복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더 많다. 게다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로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달 대(對) 중국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26.5% 감소했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정부와 한국은행 전망치(1.6%)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가 지난 3월 1.6%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1월 전망치 1.7%에서 지난달 1.5%로 낮췄다. 한은도 최근 공개한 4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성장률 예상치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글로벌 고금리 및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정부가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출 감소에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여건 악화로 기업에서 일자리에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규제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청년층 고용악화에 대응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이날 서울고용센터에서 열린 일자리전담반(TF) 회의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기업이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을 지원받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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