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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도 ‘오픈런’ 있다…피닉스 오픈 16번홀로 전력 질주

주미희 기자I 2023.02.12 12:00:00

골프 팬들을 위한 대회 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
전날 밤부터 대회장 앞에서 잠자기까지
1만7천 명 수용하는 16번홀 스탠드 금세 만석
대회장 입구에 ‘파티 구역’ 있어…유명 가수 공연도

피닉스 오픈 3라운드를 앞두고 ‘오픈런’하는 골프 팬들(사진=PGA 투어 공식 인스타그램)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오픈 더 게이트!”

해가 뜨기도 전인 어둑어둑한 새벽. 수천 명의 사람들이 대회장 입구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지어 서 있다. 이들은 문을 열어달라고 연신 외쳐댄다. 오전 7시가 되자 닫혔던 철창문이 열리고 갤러리들은 16번홀을 향해 전력 질주한다. ‘명물’ 16번홀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1등인 갤러리는 관계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달리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1만7000명의 갤러리를 수용하는 16번홀 갤러리 스탠드는 금세 만석이 됐다.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TP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총상금 2000만 달러)에서 일어난 일이다. 심지어 갤러리들의 충돌과 부상 위험이 우려돼 지역 경찰관들도 배치됐다.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일부 팬들은 전날 오후 9시께 대회장 앞에서 잠을 잤고 새벽 2시에 일어나 16번홀로 입장하기 위한 줄을 섰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가능한 한 빨리 16번홀에 도착하는 것이다.

거대한 스탠드가 자리해 로마 시대 검투장인 ‘콜로세움’을 연상케 하는 16번홀은 PGA 투어에서 가장 시끄러운 홀이다. US 오픈 챔피언인 존 람(스페인)은 “해마다 16번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데시벨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지난해는 샘 라이더(미국)와 카를로스 오티즈(멕시코)가 16번홀에서 홀인원을 터뜨리자 흥분한 갤러리들이 맥주캔과 음료수병을 그린에 던지는 광란의 모습을 연출했다. 진행요원이 이 잔해물들을 치우느라 15분 동안 플레이가 중단됐을 정도다.

올해는 아직 16번홀에서 홀인원이 나오지 않았지만, 토니 피나우(미국)가 1라운드 이 홀에서 티 샷을 핀 40cm 거리에 떨구자 갤러리들은 열광적인 함성을 보냈다. 임성재도 2라운드 도중 이 홀에서 10m 버디 퍼트를 잡아내고 큰 환호성을 받았다. 하지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미국) 최정상급 선수들이 야유를 피해 갈 수 없는 곳도 바로 이 16번홀이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웃어넘긴다. 대회 전통이기 때문이다.

올해 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 16번홀에 들어찬 수많은 갤러리(사진=AFPBBNews)
일각에서는 피닉스 오픈을 ‘피플스 오픈’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갤러리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18홀을 모두 돌며 골프를 보지 않는 갤러리들도 있다. 대회장 입구의 파티 텐트에서 가수 머신 건 켈리와 체인스모커스가 공연을 하며, 일부 팬들은 밤까지 음악과 맥주와 춤을 즐기기 위해 피닉스 오픈을 찾는다.

피닉스 오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이고 인기가 많은 최고의 흥행 대회다. 골프 팬들은 피닉스 오픈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열광적인 팬심을 끌어내는지 궁금해한다. 이는 피닉스 오픈을 한 번만 다녀와 봐도 충분히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오지현의 캐디를 맡았던 서정우 씨는 이번에 피닉스 오픈을 방문한 뒤 “전체적으로 갤러리들이 파티를 즐기러 오는 느낌”이라며 “갤러리 부스도 크고 기념품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다. 수많은 부스와 갤러리 플라자 등에 관중석이 있어 흥이 많이 나고, 골프 경기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지금 이 시간을 즐기는 느낌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내가 선수가 아닌 상황에서 PGA 투어 대회에 가야 한다면 피닉스 오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피닉스 오픈의 매력은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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