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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날까지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공시건수는 146건으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49건, 코스닥은 97건이었다.
코스닥 업체들이 올 들어 자사주 매입을 더 많이 단행한 것은 코스닥 지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907.57로 마감해 올 초 대비 1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0.3% 내린 2680.46을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 시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짐에 따라 주가가 오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같은 효과를 고려해 코스닥 상장사들은 하락장에서 주가 방어에 적극 나섰지만 그 효과는 부진했다.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다음 날 주가가 하락한 사례는 코스피에선 9건에 불과했지만, 코스닥에선 28건으로 3배 넘게 차이가 났다. 전체 건수 대비 하락한 사례가 차지하는 비율은 코스닥이 28.9%, 코스피가 18.4%로 9%포인트(p)의 격차를 보였다.
자사주 매입 공시 후 주가 하락률이 가장 높은 업체는 코스닥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048260)였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0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4개월간의 거래 정지가 해제되기 전날(4월27일)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 결정을 공시했지만, 그 다음날 주가는 7.44% 하락한 11만2000원을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보다 횡령 이슈에 따른 여파가 여전히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프리카TV(067160)는 지난 2월10일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 체결 결정했지만 다음날 주가는 14만2200원으로 6.01% 내렸다. 카카오게임즈(293490), 석경에이티(357550), 미래나노텍(095500) 등도 자사주 매입 결정 후 다음날에 5%대 하락했다. 이들 모두 코스닥 업체였다.
이와 달리 코스피에선 자사주 매입 결정 후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업체는 없었다. 가장 많이 내림세를 보인 종목은 다스코(058730)로 3%대 하락에 그쳤다.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 하락…“자사주 소각·실적 관건”
코스닥 업체들의 자사주 매입 효과가 비교적 떨어지는 것은 성장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은 주로 성장주에 속하는데, 성장주는 기준금리 인상 시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 주가 상승이 제한될 여지가 크다. 특히 올 들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데다 빅스텝(0.05%p) 인상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어 성장주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미국에서 연내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을 하더라도 기준금리 상승 국면에서 위험을 무릎 쓰고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코스닥 기업의 주가 부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장기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종목을 선별하려면 실적 성장성이 바탕이 되고, 자사주 소각까지 실행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자사주를 매입에 대해 일반적으로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재료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자사주 매입을 해서 소각까지 이어지지 않을 경우 단순히 유통주식만 줄어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자사주 소각이 충분히 기업 실적과 연계되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할 여지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