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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깔끔하고 세련된 토템…이준원 '아주 오래된 드라마'

오현주 기자I 2021.12.08 03:30:00

2021년 작
무의식적으로 펼쳐내는 ‘자동기술법’ 고안해
파편화한 몸 형상들 토템의 상징처럼 만들어
"인류 보편적 얘기 이성적 원시적 표현하려"

이준원 ‘아주 오래된 드라마’(Ancient Drama)(사진=갤러리세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춤을 춘다고 할까. 퍼포먼스를 한다고 할까. 어쨌든 ‘얼음’은 아니다. 자유롭게 떠돌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는 율동이 보이니까. 의식이나 주문 같은 행위처럼 말이다. 작가 이준원(38)이 품은 화두가 그거다.

작가는 원시적 에너지를 화면에 꺼내왔다. 깔끔하고 세련된 ‘토템’이라면 이해가 쉽다. 부드러운 형상과 선명한 색이 단박에 눈을 끌지만, 내용까지 부드럽고 선명한 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불안심리, 그 각각이 뭉치고 흩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니까. 정작 자아는 없는, 자아에서 떨어져 나온 신체의 몇몇 조각을 들이대면서 말이다.

그 서사 한마당을 풀어내기 위해 작가는 독특한 방식을 고안해냈다. ‘자동기술법’. 무의식적으로 펼쳐내는 표현기법 말이다. 그렇게 의식에서 분리된 붓질을 해댔더니, 팔도 보이고 다리도 보이는 파편화한 몸의 형상들이 토템의 상징처럼 만들어지더란 거다. 알록달록한 색까지 갖춰 입고.

‘아주 오래된 드라마’(Ancient Drama·2021)는 그렇게 제작됐다. 형상은 즉흥적이지만 색은 지난한 고민을 반영했단다. “인류의 보편적 이야기를 이성적이면서 원시적으로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이렇게 드러냈나 보다.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학동로 갤러리세인서 여는 초대전 ‘아주 오래된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페인트. 116.8×91㎝. 작가 소장. 갤러리세인 제공.

이준원 ‘토템’(Totem·2021). 캔버스에 아크릴·페인트, 90.9×72.7㎝(사진=갤러리세인)
이준원 ‘판크라치온’(Pancration·2021), 캔버스에 아크릴·페인트, 90.9×72.7㎝(사진=갤러리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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