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세월이 엉클어놓은 먼짓길…곽수영 '부동의 여행'

오현주 기자I 2020.11.22 04:05:00

2020년 작
구속 없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
단색조 물감 긁어내는 과정 수없이
손끝서 부서질 듯한 그 시간 그대로

곽수영 ‘부동의 여행 20-ⅩⅥ’(사진=올미아트스페이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오래된 성에 들어선 듯하다. 옛 영광을 간직한 웅장함이 압도하지만 앞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먼지가 달려든다. 저 멀리 희미한 빛을 좇아보지만, 그것도 잠시. 세월이 엉클어버린 가시밭길이 발길을 막는 중이다.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태워 내려놓은 듯 몽환적이고 흐릿한 이 장면은 작가 곽수영이 새기듯 펼친 것이다. ‘부동의 여행(Voyage Immobile) 20-ⅩⅥ’(2020)이라 했다. 움직이지 않고 떠나는, 떠나지만 움직이지 않는 여정 말이다.

작품명에 걸맞게 작가는 구속 없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진정한 갈망을 화면에 끌어낸단다. 어디든 도달할 수 있고 어디든 새롭다. 내 몸이 아니라 내 정신이 가는 데라면 말이다. 구체적이지만 사실적이지 않은 묘사는 그렇게 나왔을 거다. 일상에 붙인 열망이라고 할까. 언젠가 봤던 것, 기억한 것을 교묘히 결합한 어딘가를 찾아서 말이다.

그 과정이 거칠고 험난하다. 단색조의 물감을 얹고 긁어내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바짝 마른 줄기뿐인 질감을 얻어낸다. 손끝에서 바스락 부서질 듯한, 그 시간 그대로라고 할까.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51 올미아트스페이스서 여는 개인전 ‘부동의 여행’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91×72.5㎝. 작가 소장. 올미아트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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