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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총리는 대세론을 타고 있습니다. 당 대표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평가됩니다. 이를 반영한 듯 이 전 총리의 연설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때로 고함치듯 웅변하는 다른 후보와 달리 연설 내내 차분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불꽃같이 일하겠다”고 말했으나 연설 자체의 온도는 타 후보에 비해 살짝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7분의 시간이 끝났을 때였습니다. 김 전 장관과 박 최고위원이 7분을 넘기더라도 말하기를 이어간 것과 달리 이 전 총리는 정해진 시간에 연설을 끝냈습니다. 사실 40초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연설문을 쓰면서 자신의 말하는 속도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매사에 꼼꼼하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 반영된 것이겠죠. 시간 배분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연습도 수차례 했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이 전 총리를 곁에서 돕고 있는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깔끔한 연설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장 기자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주 합동연설회의 첫 주자로 나선 김부겸 전 장관은 세 후보 중 가장 전통적인 의미의 연설을 하는 정치인입니다. 민주당의 험지인 TK(대구·경북)에서 지역감정 타파를 외쳐온 만큼 길거리 연설에 능합니다. 때로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유권자 앞에서 한 표를 호소하던 그였습니다.
김 전 장관의 정치역정은 연설 스타일에 녹아있습니다. 듣는 이의 이목을 끌기 위해 목소리의 강단을 주는 건 오래된 정치적 습관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는 7분의 시간을 다 쓰고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연설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았죠. 오히려 목청을 더 키워 마이크를 대신하려는 듯했습니다. “김부겸이 자세를 낮춰 여러 동지와 함께 승리하는 길로 가겠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기준이 되게 하겠다”는 마지막 호소는 마이크가 꺼진 뒤에 나왔습니다. 현장에 있던 이들만 들을 수 있는 메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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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최고위원은 세 후보 중 가장 늦게 출사표를 냈습니다. 다소 늦게 출발했으나 역동성을 무기로 당심을 흔드는 중입니다. 이날도 연설 말미 마이크가 꺼지자 팔을 내린 채 현장에 모인 대의원 앞에 다가서기도 했습니다. 2년 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될 당시 제주 당원들이 달아준 제주4·3 배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배지를 보며 항상 답답했습니다. 이제는 그 답답함을 풀고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끝까지 응원해주십시오”라 외쳤습니다.
코로나19 탓에 민주당은 언택트 방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체육관에 당원을 집결해 연설하는 방식 대신 온라인 생중계 등 비대면으로 치르게 됩니다. 변화된 전당대회 방식을 놓고 각 후보의 지지층 간에 유불리를 따지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세 후보는 정치적 색깔이 각각 명확하고 제시하는 비전도 다소 다릅니다. 누군가는 대세론에 따른 싱거운 결과를, 혹자는 바람에 의한 의외의 결과를 예측합니다. 정치의 방향도, 연설하는 스타일도 다른 세 사람 중에 민주당권을 쥐는 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 승부의 결과는 한 달여 뒤인 내달 29일 8·29전당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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