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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운영 중인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해외시장 매출 비중은 32%로 전년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액도 98억원에서 149억원으로 52%나 증가했다. 레진코믹스는 현재 800여편의 웹툰을 포함해 8000여편의 만화를 제공 중이며 이중 219편을 영문으로, 672편을 일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최근 의미있는 성장 곡선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실제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6년 1월 미국시장 진출 후 약 3년 만의 성과다. 미국에서의 선전이 최근 유럽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스릴러 웹툰 ‘킬링스토킹’을 올 상반기 독일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키로 했다. 이어 인접 국가인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에서도 현지 출판사를 통해 순차적으로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웹툰이 해외 현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로 한국 웹툰의 경쟁력이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91억원 수준이다. 전년(-114억원)보다 적자폭은 일부 개선됐지만 재무적인 수치로만 봤을 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웹툰 스타트업계의 선두업체인만큼 이 같은 실적 악화를 두고 일각에선 웹툰시장 자체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기업 이외의 웹툰 스타트업들은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레진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을 넘어 미개척지인 해외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국내 원천콘텐츠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이를 발판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때문에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콘텐츠 제반을 키워가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웹툰 스타트업 중 하나인 투믹스도 지난해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경험했다. 투믹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억원으로 전년(-2억원)대비 적자폭을 더 키웠다. 더불어 자본총계도 마이너스(-) 18억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까지 들어선 상황이다. 하지만 투믹스 역시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 차원에서 당장의 적자폭 확대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투믹스 역시 해외시장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회사 차원에서도 해외시장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투믹스 관계자는 “해외 사업이 자회사 형태로 분리돼 있어 실적에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최근 해외시장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많이 올라온 만큼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일하게 웹툰 스타트업 중에서 ‘나홀로’ 성장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웹툰 플랫폼 ‘탑툰’을 운영 중인 탑코는 지난해 1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81억원)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도 227억원에서 404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다른 웹툰 스타트업들과 달리 성인용 콘텐츠에 집중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업계 분석이다. 더불어 탑코가 사내에 전속 작가들을 고용하며 원가 및 콘텐츠 관리에 적극 나선 것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웹툰 스타트업들이 이처럼 실적 측면에서 명암이 갈린 것을 두고 ‘전략의 차이’로 분석한다. 레진엔터테인먼트와 투믹스 같은 업체들은 전연령층 작품 확대로 해외 시장에서 도전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반면, 탑코 등은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전략은 어떤 것이 맞다 틀리다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국내 웹툰시장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 입장에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은 숙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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