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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친구,야구]김병현, 그리피 어시스트로 홈 첫승

한들 기자I 2007.07.22 14:09:46

넋나간 주루플레이 분수령 넘겨

▲ 김병현 [로이터/뉴시스]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플로리다 말린스 김병현이 홈 돌핀스타디움서 마침내 첫 승을 따냈습니다.

22일 신시내티 레즈전서 올시즌 가장 긴 7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 6탈삼진 2볼넷(1개는 고의4구) 1몸에 맞는볼로 1실점만 내 주며 지난 5월14일 이적 후 홈 7경기 등판만에 3연패를 끊고 승리를 신고했습니다. 시즌 성적도 5승5패로 균형을 맞추고 방어율도 4.79로 떨어트렸습니다 .

김병현의 '위기 극복력'이 돋보인 경기였습니다. 4회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호투하던 김병현은 5회 선두 5번 애덤 던에게 원볼 후 89마일 패스트볼로 첫 좌중간 2루타를 맞았습니다. 이어 몸에 맞는볼을 내준 뒤 7번 에드윈 엔카나시온에게 원투서 바깥쪽 80마일 슬라이더로 중전 적시타를 허용, 0-1 리드를 빼앗겼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무사 2, 3루의 위기서 김병현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8번 페드로 페레스를 초구 90마일 패스트볼로 1루 땅볼, 한 경기서 4타수4안타를 칠 정도로 방망이도 잘 치는 투수 바비 리빙스톤을 투수 땅볼로 솎아낸 뒤 1번 라이언 프릴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91마일 바깥 쪽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시켜 추가 실점을 틀어 막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꼭 필요한 내야 땅볼 유도와 탈삼진 등 위기 극복력을 에누리 없이 보여 줬습니다. 그것은 4회까지 3탈삼진에 볼넷 1개로 노히트 행진을 이끈 절묘한 코너워크가 또다시 빛을 발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

곧이은 말 공격서 7, 8번 타자 제이슨 우드와 매트 트레너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서 투수앞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키며 스스로 동점의 징검돌을 놓았던 김병현은 6회초 레즈의 간판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의 불성실한 주루 플레이에 힘입어 승부의 최대 분수령을 넘었습 니다.

선두 스캇 해터버그에게 2루수 깊숙한 내야 안타를 맞아 무사 1루. 그리피가 투볼서 89마일 패스트볼을 친 타구는 막혀서 좌익선상 쪽으로 높이 날아갔습니다. 그러나 좌익수가 '그리피 시프트'에 따라 중견수쪽으로 치우친 수비를 펼쳐 3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쫓아갔고 텍사스 안타가 되고 말았습 니다. 최소 무사 2, 3루의 절체절명의 위기가 될 상황.

그런데 그리피의 무성의한 러닝이 나왔습니다. 타구가 잡힐 것으로 지레짐작, 뛰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스타트를 끊어 2루 베이스 훨씬 못미쳐 비명횡사한 것입니다. 늦었으면 차라리 뛰지 않아도 됐는데 그리피는 이도저도 아닌, 아무 생각없는 주루 플레이를 했습니다. 명백한 이적 행위였습니다.

김병현은 그리피의 어시스트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사 3루서 4번 브랜던 필립스에게 이날 따라 심판이 잘 잡아준 바깥쪽 91, 90마일 패스트볼로 거푸 1, 2구를 꽂은 뒤 투 원서 81마일 바깥쪽 달아나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시켰습니다. 이어 던을 고의 4구로 내보내고 6번 하비에르 발렌틴을 2루 땅볼로 유도, 아무 일 없게 만들었습니다.

팽팽하던 경기가 작은 실수 하나로 흐름이 넘어가는 것은 야구의 생리입니다. 김병현은 7회를 마친 후 자신의 앞 하위 타자들에게 크나 큰 도움을 받습니다.

앞서 동점 득점의 주역이었던 우드와 트레너가 호투하던 레즈 선발투수 리빙스톤의 75마일 커브와 79마일 체인지업을 통타, 승부를 가르는 랑데부 솔로 홈런을 날린 것입니다. 오른쪽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으로 각각 떨어 진 리빙스톤의 커브와 체인지업은 이날 호투의 밑거름이 됐던 구질들이었는데 이들은 잔뜩 노리고 두들겨 냈습니다.

스코어 3-1이 되면서 플로리다는 승기를 잡았고, 8회 다시 우드와 트레너의 적시타 등 집중 7안타로 8득점, 11-1로 달아나면서 김병현의 홈 첫 승에 대못질을 했습니다 .

그리피 주니어는 1999년까지 56홈런 두 차례를 포함해 40홈런 이상만 6차례 기록하며 행크 애런의 홈런 기록을 깰 유일한 타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30세이던 2000년엔 9년간 1억1650만 달러에 신시내티와 '헐값'(?) 계약을 해 화제를 낳았습니다.

당시 평균 연봉 2천만 달러의 장기 계약이 충분했는데 '돈보다 고향팀 '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잦은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며 2000년 40홈런 이후 내리막을 걸어 38세인 현재 587홈런에 그치고 있습니다.

반면 38세의 우드와 31세의 트레너는 연봉 각각 39만 달러, 38만 달러에 아직까지 플로리다에서 백업 요원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승부의 집중력이란 결코 돈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피와 김병현,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오롯이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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