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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물가 '정점'을 논하였는가…10% 넘는 물가 품목은 급증[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2.09.16 04:17:49

물가상승률 6.3%서 5.7%로 꺾였어도
10% 넘는 물가 품목 비중 25.1%로 연초 대비 두 배 확대
불확실하고 무의미한 '정점론'은 혼란만 초래
추석 연휴 끝나자 초코파이·신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급등
'나스닥 5%대 급락' 만든 美 8월 물가지표의 의미 살펴봐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정부는 7월 물가상승률 6.3%가 정점인 것처럼 얘기하더니 이제는 늦어도 10월 정점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행도 7월 정점론을 언급하다가 물가 정점 시기가 다시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물가 정점론에 꼬리를 내린 것은 러시아가 유럽 가스관을 잠그고 달러가 초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물가 정점론이 한은, 정부의 전망대로 된다고 해도 그것이 의미하는 정책적 시사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꺾인다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지만 10%를 초과하는 물가상승 품목은 4분의 1에 달해 오히려 더 늘어났다. 불확실한 물가 정점론을 강조할수록 정책 혼란만 초래한다.

(출처: 통계청)


◇ ‘물가 정점’ 논할 때가 아닌데…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5.7% 올랐다. 7월 6.3%에서 0.6%포인트 하락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물가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7월 3.9%에서 8월 4.0%로 더 올랐다.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 등의 제품 가격이 하락한 탓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낮아졌을 뿐이지, 다른 품목들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10%를 초과하는 품목 개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1월엔 총 458개 품목 중 60개(13.1%)만이 물가가 10%를 초과했으나 6월엔 97개(21.2%)로 급증하더니 7월엔 110개(24.0%), 8월엔 115개(25.1%)로 증가했다. 연초 대비 비중이 두 배 확대됐다.

한 금통위원은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7월 물가상승률인 6.3%보다 더 크게 상승한 품목 수의 비중이 전체의 43%에 이르렀고 10%를 상회하는 비중은 24%에 달한다”며 “이 수치들이 몇 달 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해도 가공식품발(發) 물가상승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신라면, 초코파이, 새우깡 등 가공식품 가격이 인상 쓰나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LNG, 석탄 등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의 망령이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듭해서 ‘늦어도 10월이면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3%를 기록해 전달(4.7%)대비 하락했지만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은은 물가 정점론에 힘을 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달 7월 물가상승률(6.3%)이 정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은은 이달 8일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유가 전망,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는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상방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美보면 모르나…정점론이 무의미하다

정부, 한은 예측대로 넉넉잡아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보인다고 해도 정점을 믿고서 정책 방향을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점론만 강조할수록 정책 변화 기대감만 부추겨 정책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8.3%로 6월 9.1%, 7월 8.5%로 두 달 연속 둔화됐지만 시장 예상치(8.0%)를 상회한 데다 근원물가마저 6.3%로 예상치(6.0%)를 넘어서면서 나스닥 지수가 5%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시장에선 연준이 20일, 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일부는 무려 1%포인트가 한꺼번에 인상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꺾였어도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 연준의 최종 정책금리가 4%를 넘을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내년 1월께 연준의 금리 수준을 4.25~4.5%로 보는 시각이 40%를 넘는다.

이창용 총재가 지난달 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종료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역시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선 10월 한은이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전망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과 금리 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빅스텝 인상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며 “한은 기준금리에 대한 기본 전망을 10월과 11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로 수정해 연말 금리를 3.0%에서 3.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니 추 부총리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10월 물가 정점론’은 무의미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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