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윅’(오만석+헤드윅)의 특징은 안정감이다. 인물이 지닌 서사나 상황에 대해 언제나 깊은 감정선을 유지하기 때문에 장면마다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 어떤 헤드윅보다도 헤드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장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손 연출은 “새로 ‘헤드윅’에 합류하는 배우들에게 항상 오만석의 런스루(예행연습) 참관을 권한다”고 말했다. ‘규드윅’(이규형+헤드윅)은 특유의 호흡이 장점이다. 공연 중 극적인 감정 변화 없이도 본인이 지닌 호흡만으로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번 시즌 처음 참여한 ‘고드윅’(고은성+헤드윅)은 주위 자문을 받아 드랙퀸(여장 남자)의 디테일을 행동과 말투에 가장 많이 삽입했다. 손 연출은 “너무 몰입해 평소 생활에서도 여성스러운 모습이 나온다”며 웃었다. 가장 어린 ‘렌드윅’(렌+헤드윅)은 진심 어린 말투, 말의 속도감 등으로 연기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헤드윅’의 인물 서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손 연출은 “비주얼의 끝판왕”이라고 치켜세웠다.
각 배우를 한 마디로 짧게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당황하던 손 연출은 △재미있지만 외로운 조드윅 △슬프지만 아름다운 오드윅 △경쾌하지만 애잔한 규드윅 △뻔뻔하지만 밉지 않은 고드윅 △화려하지만 안스러운 렌드윅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각 배우의 헤드윅에 대한 나의 느낌은 연출로서, 관객으로서 중간 지점의 대답일 뿐”이라며 “관객들이 보는 각 배우의 헤드윅은 다 다를 수 있으며, 정답은 없다”고 부연했다.
2005년 20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헤드윅’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 2016년 700석 규모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더니, 이번에는 1250석 규모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특히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이는데 공을 들였다. 돌출무대를 만들어 관객들의 공간으로 조금 더 침투하고, 9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현장 중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손 연출은 ‘헤드윅’의 매력으로 △너무나도 잘 쓰인 대본 △철학적이지만 공감되는 한국어 가사 △가슴이 두근거리는 밴드 사운드 △무엇보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의 이야기에서 얻게 되는 공감, 이해, 위로 등을 꼽았다. 그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헤드윅이라는 사람의 콘서트에 와서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더 큰 몰입감을 느낄 것”이라고 공연 관람 팁을 건넸다. 공연은 오는 10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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