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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비중 사상 최저…"지금도 어려운데 미래 더 캄캄"

함지현 기자I 2021.08.13 05:01:00

[몰락하는 자영업자]②직격탄 맞은 소상공인
코로나19·거리두기 장기화에 매출 급감…폐업도 늘어나
취업자 중 자영업자 20% 깨질듯…상황 나아져도 수혜 미미
경기 회복 기대 20%p 이상 감소…"피해 최소화 정책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명동 상점들이 비어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김호준 기자] 지난 11일 오후 7시쯤 찾은 강남역 먹자골목. 평소와 같으면 분주해야 할 이곳은 한산하기만 했다. 건물 곳곳에는 임대 푯말이 내걸려 있었다.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음식점도 군데군데 있었다. 이날 방문한 한 주점에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주점을 운영하는 정 모 씨는 “거리두기 4단계 이전에는 저녁에 테이블 대부분이 찼다. 하지만 지금은 2∼3개 테이블 정도만 운영하는 수준”이라며 “거리두기 4단계 이후 매상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가뜩이나 임대료가 비싼데, 이번 달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지자 매장들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피치 못해 휴업을 결정하거나 폐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직원 없이 혼자 장사하는 경우가 늘어난 점도 자영업자들의 어려워진 상황을 방증한다.

4단계 시행 전후 서울 주요상권 매출 변화 (이미지=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한국신용데이터포털이 전국 80만 곳의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자영업종으로 꼽히는 음식점 중 호프·맥줏집의 7월 마지막 주(7월 26일~8월 1일)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50%로 쪼그라들었다. 거리두기 4단계 직전 주(7월 5~11일) 매출이 21% 줄었던 것에 비해 감소 폭이 크다.

백반·한정식 전문점도 7월 마지막 주 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 역신장했다. 3주 전 22% 감소보다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소주방·포장마차는 코로나 직전 주에 이미 매출이 45% 줄어들면서 타격을 받았는데, 거리두기 4단계 여파로 7월 마지막 주 매출은 57%나 감소했다.

이 같은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한 곳은 결국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과 마주한다. 실제로 최근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국 상가업소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2분기 서울 지역 관광·여가·오락 부문 업종 상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5% 줄었다. 슈퍼마켓 등 소매업종과 숙박업소도 같은 기간 각각 26.9%, 21.8% 감소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방역과 경제 살리기가 상충하고 있어 같은 업종이라도 방역조치를 잘 지키는 곳은 완화하고 감염 경로가 된 곳은 엄격히 하는 식의 차별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그물이 너무 촘촘하면 오히려 느슨해지는 것처럼 지금 같은 최상위 단계의 조치를 지속하면 반대로 사람들이 둔감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비중도 갈수록 줄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 7월 전체 취업자 2764만 8000명 중 자영업자 수는 556만 4000명으로 비율이 20.1%에 그쳤다. 관련 통계가 있는 1982년 이후 39년 만에 최저치다. 기존 최저 비율은 2019년 12월의 20.2%였다. 현 추세라면 20% 벽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특히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많아졌다는 점이 눈여겨볼만 하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한 134만 5000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1% 늘어난 420만 3000명이었다. 직원을 둘 여유가 없어 홀로 가게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자영업자들은 현재도 어렵다고 느끼지만, 미래 역시 어둡게 전망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자영업자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7월 체감경기지수(BSI)가 전월 대비 20.8p(포인트) 하락한 32.8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인 지난해 3월 29.7 이후 최저치다. 미래를 전망하는 지수도 큰 폭 하락했다. 함께 집계한 8월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26.5p 낮은 45.4로 나타났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 예상이 많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유동인구 감소, 더위 등 날씨 영향, 경기 침체, 사회적 거리두기 및 집합금지 등이 자영업자 체감 경기를 악화시킨 이유로 꼽혔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8월에는 고용 등 수치가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 만기·상환 연장을 통한 채무부담 완화와 과감한 고용 지원 정책이 필요하고, 희망회복자금과 손실보상 등 지원대상을 선별할 때도 관련 부처 간 꼼꼼한 정보 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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