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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인간문화재다]③ '문화계 금메달'…혜택은?

김미경 기자I 2016.04.29 06:06:30

전승지원금 한달에 130만~170만원
서열단계 보유자-전수조교-이수자 順
전수조교까지 20여년 돈 내고 이수
전통문화 보존에 경제논리 적용 서운
인기 비인기 종목 불균형 심각해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 신영희(왼쪽부터), 제68호 밀양백중놀이 보유자 하용부, 제5호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 송순섭, 제58호 줄타기 보유자 김대균,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 이생강(이미지=이데일리 디자인팀).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보유자 지정은 곧 명예이자 돈’ 혹은 ‘한평생 대가로는 턱없이 부족’. 인간문화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갈래로 나뉜다. 장인을 예우하는 지원금 규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서다. 다만 인간문화재가 ‘문화계 금메달’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되면 부와 명예가 따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단 명분은 전통 보전이다. 전수장학생으로 시작해 이수자-전수조교-보유자 순의 도제 식이다 보니 전승교육 과정에서 보유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래의 인간문화재를 꿈꾼다면 스승에게 절대복종과 봉사를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인간문화재가 이수자격을 딴 제자(이수자) 중 자신의 기능을 후대에 전승할 자격이 있는 전수조교를 사실상 지정하기 때문에 권한이 집중된다. 전수조교 A씨는 “보유자가 전수조교 추천자를 문화재청에 알리면 조사를 거쳐 지정하는 절차를 밟지만 이는 형식일 뿐 실제로 인간문화재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유자로 지정되면 1년에 한 차례씩 기능을 ‘공개’하고 전수교육을 하는 의무가 생기는 대신 전승 경비와 수당을 받게 된다. 매달 25일 전승지원금으로 131만 7000원(전승 취약 종목은 171만원)을 받는다. 전수조교의 전승지원금인 66만원(전승 취약 종목 92만 1000원)보다 갑절 정도 많다. 여기에 타계했을 때 장례위로금(보유자 100만원·전수조교 50만원)과 입원위로금(보유자 30만원·10일 이상 입원 시 연 1회) 등의 혜택이 더해진다.

작고하거나, 고령 및 질병으로 공개 행사와 전수 교육이 힘들어질 경우엔 보유자 지정을 해제하고 명예보유자로 바뀐다. 본인이 직접 신청하기도 하고 문화재청 심의를 통해 바꾸는 식이다. 명예보유자에게는 매달 100만원을 지급한다. 보유자 1인당 3명 이내로 제한을 둔 전수장학생에겐 26만 3000원의 장학금도 지원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보유자 정재국, 제27호 승무·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 고 이매방, 제12호 진주검무 보유자 김태연, 제23호 가야금산조및 병창 보유자 안숙선, 제27호 승무 보유자 고 정재만(이미지=이데일리 디자인팀).


하지만 이는 “인간문화재가 누리는 혜택 중 극히 일부”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승지원금보다 중요한 혜택은 ‘인간문화재’란 호칭 자체다. 각종 전수교육을 도맡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자가 모이고 이는 곧 돈과 직결돼서다. ‘이름값’이 높아질수록 제자 수도 크게 늘어난다. 인간문화재가 ‘문화귀족’으로 불리는 가장 확실한 이유다.

태평무 이수자 B씨는 “이수기간 중 매월 회비로 20만원씩 나간다. 250만원 정도의 의상비와 작품비는 별도”라고 말했다. 한 대학 무용과 교수 C씨는 “3년 만에 이수 자격증을 따는 것은 매우 드물다. 최장 7~10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보유자에 따라 천차만별의 비용이 든다”고 귀띔했다.

어렵게 전수조교가 됐다고 보유자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15년 혹은 30년에 한번꼴로 선정 심사가 있을 만큼 좁은 문이다. 한평생 전통 이수에 매달려온 이들에게는 보유자 심사는 십수년 만에 찾아오는 일생일대의 기회인 셈이다. 목을 맬 법하다. 인기종목의 경우 과열양상이 벌어져 뒷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 무용계 인사는 “인기·비인기종목의 불균형이 심각할 뿐 아니라 국가에서 인정하는 인간문화재일 뿐 부가 따른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라며 “돈을 생각했더라면 이 길을 걷지도 않았을 거다. 부수입이 없는 비인기종목은 지원이 절실할 정도다. 생업을 포기하고 기술을 연마하지만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라고 귀띔했다.

보유자의 전승지원금만 보면 2004년부터 100만원이던 것이 2012년 125만원으로 오른 후 2013년엔 동결되었다가 2014년에 현 수준으로 올랐다. 참고로 2015년 상반기 도시근로자 1인가구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246만원. 문화재청 관계자는 “2014년에 물가상승률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원금을 올린 것”이라며 “올해 지원은 동일하다. 전승활동 실적 등을 평가해 전승지원금 집행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문제는 보유자보다 이수자·전수자”라며 “이수비용도 지불해야 하고 설 무대도 많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해 가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힘겹게 전통을 계승하고 있지만 인간문화재가 되면 큰돈을 번다는 식으로 홀대한다. 전통의 계승은 결국 관심”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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