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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우의 새털 베이스볼]시간을 지배하는 정훈의 용틀임 스윙

정철우 기자I 2015.05.30 09:50:25
정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야구기자 한 지가 벌써 16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요. 제가 겪어 본 그 ‘사람’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잣대로 들여다볼까 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모두 다르게 적히기 마련이니까요. 기사처럼 객관성을 애써 유지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그저 ‘새털’ 처럼 가볍게 읽어봐 주시고,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정도로만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새털데이(Saturday)니까요.



0.007초. 일상 생활에서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스포츠에선 가끔 이 차이 때문에 승.패가 갈리기도 합니다. 육상이나 수영 같은 종목에선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종목 모두 이 차이를 어찌해 보기 위해 땀을 흘리기 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야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0.1초의 싸움을 하기는 합니다만 더 이상의 시간을 인간이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수학이나 물리학이라면 모를까, 0.007초는 인간의 영역은 사실상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0.007초는 야구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로버트 어데어의 저서 ‘야구의 물리학’을 보면(이러니까 제가 숫자에 꽤 강한 듯 보이지만…, 전 다른 분 들 보다도 매우 일찌감치 수포자의 대열에 합류했던 학생이었습니다.) 홈런이 되는 공과 그렇지 않은 공의 시간을 계산해 보면 0.007초가 나온다고 합니다. 정확히 맞으면 홈런이 될 공이 0.007초만 빨리 맞아도 파울이 된다는 겁니다.

타자가 그 시간을 계산해 타격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저 몸이 반응하는대로 할 뿐이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파울 홈런 뒤엔 삼진’이라는 평범한 격언이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원래 의미는 홈런 욕심내다 결국 삼진 당한다라는 뜻이죠.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시간을 통제해 보겠다고 과욕을 부린다면 돌아오는 결과가 좋지 않은 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이 시간을 몸으로 지배하는 선수를 보게 됐습니다. 롯데 정훈 선수가 주인공입니다. 그의 홈런 스윙은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데요.

골프 스윙을 하 듯 허리를 뒤집으며 스윙을 마무리 합니다. 한 골프 전문가는 “마치 용틀임하는 듯 한 모습이 중년 남성들의 골프 스윙 같다”고도 하더군요.

그런데 그 속엔 과학이 들어 있습니다. 그저 희한한 스윙이 아니라는 뜻 입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정훈은 몸통 회전이 매우 좋은 타자다. 홈런을 칠 때 보면 왼쪽 골반이 먼저 돌아가는 걸 볼 수 있는데 만약 그 상태로 잡아당기기만 한다면 대부분 파울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힘을 미리 받혀놓는 대신 팔로 스루를 하늘을 향해 하며 파울이 될 공을 홈런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다. 0.007초 빨리 맞을 수 있는 스윙을 남들은 하지 않는(혹은 못하는) 스윙으로 홈런을 만든다는 뜻 입니다.

절실함이 만든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은 좀 흔해 졌지만 그는 야구를 한 번 그만 뒀다 돌아 온 선수죠. 그만큼 유니폼을 벗었을 때 겪어야 하는 아픔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는 안타를 치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남다른 스윙을 완성시킨 것은 아닐까요.

‘절실하면 통한다’는 말, 사실 잘 안 믿깁니다. 나름 열심히 사는데도 인생은 잘 안 풀리니까요. 하지만 정훈 같은 선수를 보면서 또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노력은 결국 인간도 0.007초라는 시간을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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