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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시장작동·생산성없이 한국경쟁력 못높인다"

김수헌 기자I 2005.10.27 06:01:00

국가경쟁력 심포지엄서 전문가들 지적
한국 아직 저평가..기업 금융구조개혁 불충분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27일 국무총리실과 산업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국가경쟁력 강화 국제심포지엄에서 국내외 저명학자 등 전문가들은 혁신주도경제체제,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 규제완화, 노사관계 개선과 노동생산성 개선 등을 주문했다.

이들은 70년대 이후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성장모델은 이제 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과거처럼 생산요소 투입에 의존하거나 효율적 생산에 노력하는 경제가 아니라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요 주제발표자의 발표 내용이다.

◇아우구스토 로페즈 클라로스 세계경제포럼(WEF)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 나라의 발전단계는 소득수준에 따라 `요소 주도형` `효율성 주도형` `혁신주도형` 등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요소주도형 단계는 기업들이 생산요소들의 비용절감을 위해서 가격경쟁을 한다. 인도, 중국, 우크라이나 등 1인당 국민소득 2000불 달러 이하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효율주도형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효율적인 생산에 주력하는 단계다. 폴란드, 브라질, 멕시코 등의 1인당 국민소득 3000~9000달러 이하 국가들이다.

혁신주도형은 세련된 생산수단을 이용하여 혁신적인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다. 핀란드, 독일, 일본 등의 1인당 국민소득 1만7000불 이상 국가들이다.

한국은 현재 효율성 주도형 단계에서 혁신주도형 단계로 이동해가는 중이다. 혁신주도형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공공제도 부문(42위), 특히 계약과 법률부문(41위), 부패관련 부문(52위)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구체적 항목으로는 재산권(36위), 윤리적 독립성(45위) 등의 항목에 대한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공공제도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토스텐 레오 벡 세계은행(World Bank) 선임연구위원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물가상승률, 환율, 정부재정의 안전성 등 거시경제의 안정 ▲금융관련 제도 정비 ▲역선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용정보와 회계정보 등의 공유를 통한 금융시장의 높은 투명성 확보 ▲은행의 민영화 등을 통한 경쟁적 시장구조 도입 ▲금융 감독 기능 강화와 예금자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 등 금융안전망 확충 등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시장 기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는 방향을 변해야한다.

단기적으로는 진입 제한 및 이자율 상한폐지,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거시경제의 안정 속에서 은행의 민영화, 정보공유체계 확립, 규제 및 은행 감독 체제 정비 등에 주력해야 한다.

금융시장 개방은 경쟁 강화를 통한 효율성 및 안전성을 제고하며, 더 많은 자원의 유입과 효율성제고로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또한, 해외 투자 기회 확대로 투자자들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The Boston Consulting Group) 한국대표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96년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96년 1인당 GDP가 9849달러로 우리나라(1만 2023달러) 보다 낮았으나, 2004년에는 2만 427달러로 우리나라(1만 4118달러)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국가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오는데, 세계 10위권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일본 기업들은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도달한 후, 부가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한국 기업들은 아직 규모와 매출의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의 핵심적인 요소는 M&A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 M&A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M&A의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 국제 M&A에서 중국기업들이 이미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중국 레노버의 IBM PC사업부문 인수, BOE그룹의 하이디스(하이닉스의 LCD 사업부문) 인수,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의 페트로카자흐스탄(카자흐스탄 3위 석유업체) 인수, 상하이자동차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등이 사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세계 10위권 기업 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하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앨런 팀블릭(Alan Timblick)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 단장

한국의 경쟁력은 과거에 비해서 상승세에 있지만, 경제규모에 비해서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 특히, 순위가 낮은 항목들은 정부의 효율성, 부패, 재무구조의 투명성, 회계기준, 주주의 권리, 성의 평등성 등이다.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은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위한 경제의 개방, 재벌의 개혁, FDI와 포트폴리오 투자에 있어서의 외국의 참여(외국인이 주식시장의 40%정도를 차지) 등이 그 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개혁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네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것은 ▲외국인 두려움증(xenophobia)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과감한 개혁작업이 필요 ▲지나친 평등주의에 입각해서 반기업적 정서나 반투자(anti-speculation)가 과도해 경제성장 저해 ▲외국기업들의 이윤획득에 대한 반감 등이다.

◇피터 튤리스(Peter Thewlis)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부회장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정부의 역할 ▲금융 및 기업 개혁 ▲노동시장 ▲지적재산권 보호 ▲중소기업 지원 등으로 구분된다. 정부의 역할로는 투자환경 개선, 규제 개혁, 투명성 제고, 지재권 보호 등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각 정부 기관간 협의 부족이 문제다. 지재권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와 지재권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한국의 금융 및 기업 관련 분야의 개혁이 많이 진전되었으나,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과 회계의 투명성이 외국투자자들에게 투자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정규직의 과보호가 정규직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외국기업의 한국투자를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므로, 중소기업들이 금융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신용평가 방법의 개선이 요구된다.

◇스테판 베어(Stephen Bear)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한국은 성공모델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자산인 국민들의 혁신, 창조성, 생산성이 요구된다. 기업은 매출, 이윤, 시장점유율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혁신, R&D,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의 이미지 등 장기적인 기업의 체질에 해당하는 부분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혁신을 뒷받침할 사회적 토대가 필요하다. 교육시스템 개혁, 노동시장 기능 향상, 지재권 보호, 능력중시 풍조 등이 중요하다.

노사관계 개선과 노동생산성 향상도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은 2000년~2003년 동안, 연 평균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일이 111일이다. 이는 미국(56일), 프랑스(32일), 독일(3일), 일본(1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03년도 노동생산성지수도 4.0으로 싱가포르(8.52), 일본(7.92), 대만(7.62), 미국(7.23)은 물론 중국(6.48) 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우수사례를 벤치마킹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통찰과 예측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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