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여름. 복도 난간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소년(오충빈 씨)은 미용실로 출근하는 엄마(임경애 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도 소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날이 흐르고 달이 바뀌어도 엄마의 퇴근은 소식이 없었다. 어느 날부턴가 할머니는 명절 차례상에 딸 몫의 숟가락을 올렸다. 소년은 엄마를 가슴에 묻은 채 어른이 되었다.
|
임경애 씨가 머물렀던 마지막 장소 ‘서울시립 영보자애원’ 이곳에는 80년대 중반 서울시립 남부부녀보호지도소에서 전원되어 온 이들이 많다. 2017년 이곳을 방문한 민간조사원들이 서울시 노숙인 생활시설 인권실태조사를 위해 각각 10여 명의 생활인을 인터뷰했다.
2017년 서울시 노숙인 생활시설 인권실태조사 민간조사원 박병섭 씨를 비롯한 민간조사원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생활인 중 자진 입소자는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88%는 입소 경위를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경찰 등에 의한 강제 입소자였다. 박 씨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보건복지부에 인권침해 ‘특이사항 없음’으로 보고했음에 의아함을 표했다. 9월 8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여성 수용시설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임경애 씨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진 형제복지원 외에도 서울시립갱생원, 동부여자기술원, 서울시립 남부부녀보호지도소 등 1970~80년대 급증한 노숙인 수용 시설들. 그 무렵 거리에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사람들. 그들이 붙잡힌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을 끌고 간 이들은 누구일까. 오는 4일 밤 10시 30분 MBC PD수첩 ‘엄마의 24년-거리에서 청소된 사람들’에서는 사라진 사람들의 시간을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