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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겸의 일본in]日서 고작 2천대 판 테슬라를 일본 언론이 걱정하는 이유

김보겸 기자I 2021.06.07 04:00:00

작년 한국서 테슬라 1만대 팔릴때 일본은 2000대 미만
내연기관→전기차 전환에도 하이브리드 고집
"테슬라, 혁신 통해 가격 낮춰 日시장 진출할 것"

아키오 도요타 도요타 CEO는 2010년 테슬라와 손을 잡고 전기차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10여년 뒤 테슬라가 전기차 선두주자 입지를 굳힌 반면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은 대표적인 전기차 불모지다. 지난해 테슬라가 일본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2000대도 안 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 같은 기간 한국에선 1만1826대가 팔린 것과는 차이가 크다. “테슬라는 이 섬나라에서 한 번도 인기를 끈 적이 없다”(마켓워치)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전기차 시장 자체도 크지 않다. 일본에서 2019년 총 신차 판매대수 대비 전기차 점유율은 1%를 밑돌았다. 이는 미국의 절반, 유럽연합(EU)의 12%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런 일본에서 “이대로라면 일본 차는 큰일이 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는 상황 속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꿋꿋이 하이브리드 외길 노선을 고집해서다. 하이브리드는 내연차와 전기차의 중간단계로, 전기차 전환 시점이 늦은 도요타가 전략적으로 하이브리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저널리스트 고미 야스타카는 지난 3일 일본 주간지 프레지던트에 일본이 전기차 흐름에서 뒤처지면 도요타뿐 아니라 일본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다.

그가 지목한 가장 위협적인 상대는 테슬라다. 그는 “일본인들은 테슬라에 대해 이름밖에 모르지만, 테슬라는 일본인이 모르는 야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업계의 상식을 모두 뒤집는 ‘궁극의 합리주의 체질의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자동차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철판 수십장을 성형하고 용접해 만들었다면, 테슬라는 알루미늄 합금을 녹인 뒤 틀에 부어 형태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생산 효율을 높여 비용도, 무게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을 바탕으로 테슬라 전기차가 더이상 ‘부자들의 장난감’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 가격을 2만5000달러(약 2791만원)로 낮춘 신형 전기차를 2023년까지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의 포부가 현실화할 경우,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보조금을 주는 일본에서는 1000만원대에서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게 된다.

윌리엄 리 니오 회장(맨 오른쪽). 니오는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데뷔했다(사진=AFP)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도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니오는 충전이 번거롭다는 전기차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니오는 앞서 더 편리하게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2세대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을 발표하며 올해 중국 전역에 500군데를 건설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니오는 이미 중국 본토에선 약 500만원짜리 소형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야스타카는 “중국산 소형 전기차가 일본 시장에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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