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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나빌레라’는 초연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확 달라진 무대를 선보이다. 세트 구성부터 그렇다. 좌우로 움직이는 벽채형 무대 세트를 활용해 초연보다 더 넓고 깊어진 무대를 보여주는 점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무대가 넓어진 덕분에 발레 연습실 장면에서는 초연보다 더 역동적인 배우들의 춤을 만날 수 있다. 영상을 활용한 연출도 초연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지나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의 참여 덕분이다. 서울예술단과 함께 한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도 영상과 무대, 배우들의 군무 등으로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를 함축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보여줬던 이지나 연출은 이번 ‘나빌레라’에서도 세련된 연출을 선보이며 채록을 만난 덕출의 변화에 보다 집중하게 만든다. 김성수 음악감독도 인물의 심리를 표현한 연주곡을 추가해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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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번 재연은 덕출의 캐릭터에 더 집중하면서 보다 보편적인 감동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치매 초기 증세에 빠진 덕출의 심리를 영화 ‘라라랜드’에서 차용한 군무로 표현한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조명과 무대를 통해 덕출의 변화를 표현한 점도 관객으로 하여금 덕출의 마음에 보다 가까이 느끼게 한다.
2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덕출과 채록의 공연 장면은 연출의 묘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서는 덕출의 모습은 암막 커튼의 절묘한 연출로 감동을 배가시킨다. 덕출과 채록이 마지막으로 함께 추는 춤은 꿈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를 들뜨게 만들고,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덕출 역에는 초연에도 출연했던 서울예술단 간판 단원 최인형, 그리고 뮤지컬배우 조형균이 캐스팅됐다. 특히 조형균은 첫 노인 연기임에도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기를 선보인다. 채록 역은 서울예술단 단원 강상준, 그룹 마이네임 멤버 강인수가 맡는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