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안 발표 후 치안감 인사 번복…“행안장관 탄핵 가능” 파장 확산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이란 초유의 사고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이 사고는 공교롭게도 행정안전부의 자문위원회에서 경찰 통제 강화 권고안을 낸 당일 저녁 벌어져 행안부의 ‘경찰 길들이기’ 의혹을 낳았다. 행안부 등에서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은 가운데, 다수당인 제1야당은 행안부가 권고안을 밀어붙일 경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탄핵하겠단 엄포까지 놨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 발표가 예정된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경찰국 신설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치안감 내정자 발표 2시간여 만에 대상자 7명의 보직이 바뀐 사고가 터진 지 하루 뒤인 22일, 행안부와 경찰청 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 결재가 나기도 전에 경찰이 공지한 것”이라며 경찰청의 대처가 “희한했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전날 “실무자 실수”라고 했다가 “행안부도 잘못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가, 이날은 또 의사소통 과정의 미흡을 언급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행안부가 협의 중이던 안을 최종안으로 잘못 보내 발생한 사고”라며 “행안부 담당자가 왜 최종안을 잘못 보내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청 삼자 간에 크로스체크를 해야 하는데 미흡했다”고 말했다.

처음 발표된 인사는 최고인사권자인 대통령 결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최종안으로 공지하고서도 2시간 동안 정정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통제 강화 시도에 반발하는 경찰에 행안부가 ‘인사 번복’으로 경고장을 준 것이라든지, 경찰 내부에서 승진·전보 인사를 놓고 힘겨루기가 이뤄지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란 시각도 있다. 문재인정부 막바지 국정상황실 근무 등 주요 업무를 했던 인사를 뒤늦게 ‘찍어내기’한 것이란 의혹,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인사들과 연이 있는 자들을 챙겨준 것이란 의혹 등도 더해졌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2시간 안에 (인사 내용이) 바뀌긴 어렵다”고 했다.

행안부의 권고안을 둘러싼 행안부-경찰간 갈등엔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서영교 전 국회 행안위원장 등 20대 국회 전반기 민주당 행안위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만약 시행령으로 권고한 내용을 추진하려 든다면 명백한 법률에 위반하는 행위로 행안부 장관의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이들은 전날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도 비판,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경찰의 역사를 무시하는 ‘경찰 길들이기’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인사를 번복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인사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인사 번복을 통해, 인사안을 통해, ‘경찰 길들이기’를 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