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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통계로 확인된 "뽑을 사람 없네"...대선 후보들 탓 더 크다

논설 위원I 2021.10.25 05:00:00
내년 3월의 20대 대통령 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경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유력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어느 대선 때보다 높을 뿐 아니라 호감도를 압도하고 있다는 등 부정적 여론 조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호감도가 상승한 역대 대선과 다른 흐름인데다 상대 진영 후보에 대한 호감-비호감의 차도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추악한 진흙탕 싸움으로 끝날 우려도 크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10월 3주 정기조사에서 호감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32%, 윤석열 전 검찰총장 28%로 모두 9월 조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비호감도는 이 후보 60%, 윤 전 총장 62%로 나란히 2%포인트씩 상승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호감도 31%, 비호감도 59%였다. 2017년 5·9 대선을 석 달 앞둔 같은 회사의 2월 조사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해 호감 47%, 비호감 46%,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호감 39%, 비호감 51%로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더 강해진 진영 논리와 이념 대결이 민심의 편 가르기를 부추긴 데서 찾을 수 있다. 후보들이 표를 의식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 경우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지지층 지향적 특징을 보이며 컬러를 분명히 한 것도 또 다른 배경이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후보들의 자질과 입, 그리고 행적 등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형수 욕설, 윤 전 총장의 연이은 실언 파문, 홍 의원의 막말 행태 등 후보자간 독설, 비방이 한데 얽히고 되풀이되면서 대선을 변질시킨 것이다.

국운 개척에 앞장설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정책 역량과 비전 경쟁이 사라지고 막말 공방과 흑색 선전, 선동이 판친다면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다. 후보들은 국가 경영 전략과 비전을 투명하게 밝히고 정책 대결로 민심에 호소해야 한다.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 등 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 중 녹록한 것은 지금 하나도 없다. 내년 대선이 최악의 비호감 경쟁으로 끝난다면 우리에게 향후 5년은 더 암울한 미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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