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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GO를 찾아서]옛날 사은품컵 모으는 1020세대

김민정 기자I 2020.08.29 00:15:00

"촌스럽다구요? 힙하기만 한데"…'빈티지 컵'이 뜬다
뉴트로 열풍이 만들어 낸 진풍경..촌스러움이 뜬다
복고, 1020 세대서 그들만의 놀이로 자리매김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과거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잖아요. 소장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있을 법한 1970~80년대 기업로고가 박혀있는 유리컵에 1020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다.

바야흐로 레트로(복고) 시대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혼성 그룹 노래가 다시 인기를 얻고 카세트테이프나 곱창 밴드 등 가요계를 넘어 생활 소품과 패션 영역에서도 레트로 감성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증명하듯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레트로’를 검색하면 항상 뜨는 연관검색어는 다름 아닌 ‘레트로 유리컵’이다.

인스타그램에 ‘빈티지 컵’을 검색했더니 수 많은 게시물들이 확인됐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캡쳐)
이뿐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빈티지 컵’으로 검색하면 14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온라인 몰에서는 오래된 유리컵 하나가 5만~1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뉴트로 열풍이 만들어 낸 진풍경이다.

이런 유행에 맞물려 코카콜라, 연세우유, 썬키스트, 빙그레 등 예전에 음료를 사면 사은품으로 증정했던 유리컵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에서도 홍보용으로 추억의 빈티지 컵을 선보이고 있다.

일명 ‘빈티지 컵’이라 불리는 이 컵들은 투명한 유리컵에 브랜드나 회사명이 또렷하게 박혀 있다. 누가 봐도 사은품인 이 컵들은 세련된 디자인 식기 속에서 촌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더 나아가 엄마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꽃무늬 잔도 인기를 얻고 있다. 어린 시절 촌스럽게만 느껴졌던 이 꽃무늬는 현재 빈티지한 매력을 내뿜으며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잇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마트에 진열된 레트로 물병 (사진=김민정 기자)
한 때 ‘국민 물병’으로 불린 델몬트 오렌지주스 유리병은 어떤가. 당시에는 델몬트 주스가 비싼 편이였기 때문에 선물로 들어오지 않으면 좀처럼 맛볼 수 없었다. 이에 병이 아까웠던 엄마들이 보리차를 가득 담아 병으로 대신했다.

때문에 어린 시절 여느 집에서나 보리차를 이 병에 담은 후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시던 풍경 익숙했다. 이 추억의 아이템은 최근 재출시되기도 했다.

레트로는 계속해서 인기를 끄는 유행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일, 아이템, 문화 등이 시간이 지나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이렇게 돌고 도는 레트로 흐름 속에 복고를 새로운 트렌드로 향유하는 뉴트로 바람까지 불고 있다.

이색 경험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1020세대에게 과거로의 회귀는 퇴보가 아니라 새로움을 찾는 그들만의 놀이가 된 것이다.

(왼쪽부터) 서울우유 공식 페이스북·웅진식품 제공
빈티지 소품가게를 자주 찾는다는 A(25)씨는 “요즘 디자인들과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며 “언뜻 보면 촌스러운 거 같지만 색다르다는 느낌에 계속해서 끌린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 세대 때 사용했던 소품들을 보면서 그 당시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겨 빈티지 소품가게를 자주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게 관계자는 “빈티지 컵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제품으로, 젊은이들에게는 세련되지는 않아도 개성 있고 독특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빈티지 컵에 음료를 담아 파는 가게도 등장했다. 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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