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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NG’ 다시 날까?…성장 기대감 여전 Vs 경영환경 악화

방성훈 기자I 2019.02.07 00:00:00

FAANG 주가, 올들어 일제히 상승…넷플릭스 27% 급등
아마존, 예상 웃도는 실적에도 눈높이 하향 필요
페이스북, 개인정보유출 등 악재 불구 好실적에 반등
애플, 차이나 쇼크 우려 지속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미중 무역분쟁 최대 변수

/ 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이른바 ‘FAANG’이 올해 명예회복에 나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을 떠받치며 시장 향방을 가르는 주도주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다만 이들 간에서도 편차는 존재한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성장주 측면에선 이미 한물 간 취급을 받는다. 반면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여전하다.

◇FAANG…실적 앞세워 주가 견인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전쟁, 세계 경제 둔화 우려 등으로 급락장을 연출했다. 이른바 붉은 10월(Red October)이다. 팡 그룹 주가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부터 이달 5일까지 넷플릭스는 32.9% 상승했다. 가장 큰 폭이다. 페이스북(26.1%), 구글(9.2%), 애플(10.3%), 아마존(7.8%) 등도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은 지난해 4분기(2018년 9~12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애플은 예고한대로 악화된 성적표를 내놨다. 이들을 관통하는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글로벌 경영환경으로 꼽힌다.

◇아마존…경쟁심화·유럽시장 위축 등 눈높이 낮춰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30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66% 증가했다. 주당순이익(EPS) 6.04달러로 시장 예상치(5.67달러)를 웃돈다. 매출도 724억달러로 예상치 719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연말 쇼핑시즌 매출이 20%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여겨지는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 45% 성장률을 유지한 덕분이다.

아마존은 올해 1분기 매출이 560억~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18% 증가한 규모지만 시장 예상치 607억 7000만달러를 크게 밑돈다. 영업이익도 21~4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눈높이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경쟁 심화, 인도 전자상거래 규제와 유럽 시장 위축 등이 주요 악재로 꼽히고 있다.

◇넷플릭스…성장 기대감 속 경쟁 심화 우려

미디어 공룡으로 불리는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체 넷플릭스의 주가는 지난 1월 2일 267.66달러에서 5일 355.81달러로 32.9% 급등했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우선 매출이 41억9000만달러에 그치면서 예상치(42억1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애초 예상치(46억 달러)에 못 미치는 44억9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지난 15일 시청료를 13~18% 인상했지만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투자자들은 실망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다. 주당순이익(EPS)은 0.3달러로 예상치(0.24달러)를 웃돌았다. 가입자 수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미국에서 153만명 늘어 예상치(151만명)를 웃돌았고, 글로벌 가입자 역시 731만명이나 증가해 전망치(614만명)를 크게 넘어섰다. 다만 디즈니, 아마존, 컴캐스트 등과의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페이스북…악재 속 好실적, 반등 기대감

페이스북은 지난달 30일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69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도 2.3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급증했다. 월가 전망치(매출 163억9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19달러)를 상회하는 성적이다.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 덕분이다.

지난해 4분기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일간 15억2000만명으로 예상치 15억1000만명을 넘어섰다. 월간 기준 사용자 수도 23억200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했다.

지난해 러시아 스캔들과 데이터 유출 사태 등 악재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놓으며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애플…차이나 쇼크 우려 지속

애플은 차이나 쇼크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달 29일 애플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5% 감소한 843억1000만달러, 영업이익은 11.1% 줄어든 233억4600만달러다. 주당순이익은 7.5% 오른 4.18달러였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달러 강세에 따른 높은 제품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의 열세가 최대 악재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중화권 매출은 131억6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6.7% 줄었다. 같은 기간 아이폰 매출이 15% 급감한 주된 원인이다.

애플페이·애플뮤직·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 매출(109억달러)이 19% 증가해 아이폰 매출 하락을 상쇄했지만, 월가에선 아이폰 매출 하락이 향후 서비스 매출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알파벳)…경쟁심화·규제 강화 우려

유럽연합(EU)이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4일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 12.77달러, 매출 39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기대치 10.82달러, 389억3000만달러보다 높다.

구글 검색엔진과 연계된 제품 광고 및 유튜브 상업 광고 등의 규모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전체 온라인 광고 매출은 전분기대비 20% 성장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같은 기간 9% 감소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29% 급감했다. 경쟁이 심화된데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프랑스 규제당국의 벌금 부과 등은 잠재 위협요소로 꼽힌다. 그간 누려왔던 독점적 시장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구글 어시스턴트,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지출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팡 주가 전망도 이젠 차별화해야”

5개 회사 모두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놨지만 개별 회사별로 주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각 회사들의 사업 모델 및 리스크가 차별화되고 있다면서, 더이상 하나로 묶어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TD애머리트레이드의 트레이딩 전략 매니저 숀 크루즈는 5개 회사가 앞으로 1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에 투자자가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67로 가장 높았으며 아마존(43), 구글(19), 페이스북(16), 애플(12)이 뒤를 이었다. 수치가 낮을 수록 투자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크루즈는 “애플의 경우 이미 사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데다, 아이폰 매출이 15% 급락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회사가 사업에 부침을 겪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며 “반면 넷플릭스는 추진 중인 사업들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성장성이 높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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