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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 14년 만에 최고…여전히 불안한 '단기금융시장'[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2.10.26 05:00:00

91일물 CD금리 3.93%, 2009년 1월 이후 최고
CD-기준금리 스프레드도 2009년 1월 이후 최고
'시장 안정책'에도 3개월·6개월물 등 단기물은 올라
91일물 CP금리, 국고 3년물 금리보다 높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긴급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단기금융시장은 여전히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3개월짜리 은행권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월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꺾이지 않고 있다. 3개월·6개월물 등 단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세다. 특히 CD금리의 급등세는 추후 기업 및 가계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폭을 키울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출처: 한국은행)


◇ 단기금리는 시장 안정책에도 이틀 연속 상승


25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물 CD금리는 3.93%로 2009년 1월 2일(3.93%)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23일 시장 안정책이 발표됐음에도 그 이후 3bp(1bp=0.0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CD금리와 기준금리간 스프레드도 0.93%포인트로 2009년 1월 2일(0.93%포인트)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91일물 기업어음(CP)금리도 4.45%로 15bp나 급등했다. 2009년 1월 19일(4.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작 3개월짜리 CP금리가 국고채 3년물(4.221%)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91일물 CP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91일물 CD·CP금리 뿐 아니라 91일물 통화안정증권(통안채)도 금리가 올랐다. 통안채 금리는 3.138%로 2.4bp 상승했다. 2012년 7월 11일(3.25%)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국내은행들이 자금 거래를 할 때 적용하는 ‘코리보(KORIBOR) 금리’도 상승했다. 코리보 3개월물과 6개월물은 24일 각각 3.73%, 4.20%로 전 거래일 대비 각각 9bp, 10bp 올랐다.

23일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급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레고랜드발(發) 단기금융시장 유동성 경색 및 신용 위험 완화를 위해 PF-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을 매입하고 PF-ABCP 투자로 유동성 위험이 커진 증권사 CP까지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1년물 이상 국고채 및 회사채 금리가 24일, 25일 연 이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단기물 시장은 금리가 오르는 등 유동성 경색 우려가 여전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대책이 단기자금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좀 이르다”며 “자금들이 어떤 식으로 집행되는지 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1월 한은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등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리가 단기간 공격적으로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출처: 한국은행)


LCR규제 정상화 유예에도 CD금리 안 떨어져

레고랜드 PF-ABCP 채무불이행 우려가 증권사의 단기 ABCP 발행 위축으로 연결된 데다 은행권의 CD 순발행 급증에 CD금리까지 급등하는 등 단기금융시장이 불안하다. 한은에 따르면 CD순발행은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11조8000억원 늘어나 작년(19조2000억원)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월별로 보면 9월에만 2조7000억원 급증,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작년 11월(3조5000억원), 12월(2조9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CD순발행이 늘어난 것은 금융당국이 코로나19 때 완화(100%→85%)했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면서 연말까지 LCR비율을 92.5%로 끌어올려야 했던 영향이 크다. LCR비율은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보유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CD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달초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국내 은행 대부분이 LCR 비율 100%를 상회하고 있지만 일부 은행만 미달된 상태였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LCR비율을 아직 못 맞춘 은행은 덩치가 큰 국민은행이기 때문에 이들이 CD발행에 적극 나서면서 다른 은행도 덩달아 CD발행 금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 수시입출식 저원가성 예금이 감소하는 상황(9월 누적으로 52조7000억원 순유출)에서 은행이 정기예금 특판도 하고 있지만 은행채, CD 발행 등 (시장성 수신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채 또한 올 들어 9월까지 14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9월에만 3조8000억원 늘어났다.

지난 주 금융당국은 LCR 비율 정상화 유예조치를 발표했지만 CD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CD순발행은 10월 들어 20일까지 6000억원 가량 감소한 상태다.

단기자금시장 위축으로 CD금리가 높아질 경우 가계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금리는 더 빠르게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 주담대 변동금리와 기업대출 금리는 CD금리를 지표 금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시장 관계자는 “은행권 수신 경쟁이 붙다보니 금리가 많이 올라갔고 수신금리 인상이 결국 대출 금리로 전가될 수 밖에 없어 대출금리 상승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은행이 좀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수신을 하는 것일 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빅스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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