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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 ‘돈 버는 것’에 대한 불신

이대호 기자I 2022.05.19 02:37:32

루나·테라USD 폭락, 시장 전반에 불똥
‘돈버는(P2E)’ 프로젝트에도 불안감
P2E 게임, ‘확률 중첩’ 내재된 이슈
한탕 노린 P2E 게임 주의보
건강한 생태계 위한 규제 필요한 시점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인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전반은 물론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 이른바 ‘돈버는 것’에 대한 불신으로도 번지고 있다. 루나와 연계된 테라 메인넷과 전혀 관련 없는 가산자상까지 나쁜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P2E 프로젝트가 ‘스테픈(Stepn)’이다. 가상자산(NFT) 운동화를 구매한 뒤 이용자가 실제 걷거나 뛰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다. 게임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으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건강 기능에 중점을 둔 서비스”로 정의했다. 덕분에 게임법 규제를 피해가면서 한숨을 돌렸으나, 난데없는 루나 폭락이라는 대형 이슈가 스테픈에 대한 일말의 불신까지 낳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용자 유입이 끊기면 ‘100만원이 넘어가는 NFT 운동화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것이다. 물론 앱 서비스 이용자가 줄어든다면 새로운 수익모델(BM) 없인 현재 가격 유지는 불가하다. 지금으로선 섣부른 걱정일 수 있겠지만, 루나 사태 이후로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블록체인과 결합해 앞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분야가 바로 P2E다. 그 중에서도 게임이 첫손에 꼽힌다. P2E 기반 운동앱인 스테픈과 달리 P2E 게임은 한층 더 복잡한 구조의 서비스다. 게임은 여타 P2E와 달리 내재한 고민거리도 있다. ‘확률 뽑기’다.

게임산업을 10년 이상 취재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니, 게임 이용자에게 확률 뽑기는 루나 이상 파급력을 지닌 이슈라는 생각이 든다. 게임업계는 P2E를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듯 하나, 자칫하면 그 반작용이 상당할 것이다.

게임 내 확률 시스템은 문구점 뽑기와 다르다. 문구점 뽑기는 뽑을 때마다 모수가 줄어들고 결국 원하는 물품이 나오지만, 게임 아이템은 뽑을 때마다 확률이 초기화된다. 뽑기 확률이 10%라면 계속 유지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운이 나쁘다면 결국 100번 뽑기를 시도해도 원하는 아이템을 가질 수 없다.

게임 콘텐츠를 뜯어보면 이러한 확률 뽑기가 중첩돼 있다. 10% 확률 뽑기가 2~3번 중첩돼 있다면, 실제 체감하는 뽑기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장비 강화에도 뽑기가 적용돼 있다. 이 때문에 P2E 여부를 떠나 게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제기된다.

현재 게임업계는 거듭된 고액 결제를 흔쾌히 즐기는 ‘고래’ 이용자에 집중하고 있다.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게임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확률 뽑기와 P2E가 만나면 어떨까. 게임위가 걱정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 쉬이 예상할 수 있다. 한탕을 노린 일부 기업인들이 옛 게임을 사들이고 P2E를 노리면서 판권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얘기도 들린다.

십수년간 확률 뽑기를 고도화해온 게임업계가 스스로 제동을 걸리는 만무하리라 본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위한 P2E 규제를 고민할 시점이다.

루나-테라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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