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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축축한, 그가 산을 그리는 방식…문규화 '영월'

오현주 기자I 2019.03.19 00:10:01

2019년 작
현장서 스케치 대신 완성한 수채화
산 자체보다 '산을 담는 방식' 표현
실체 관찰하는 대신 감각으로 읽어

문규화 ‘영월’(사진=갤러리가비)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강원 영월이란다. 산이 많은 곳이니 그 땅 어디쯤이려니 해둘 생각이다. 그런데 못내 마음이 쓰이는 것 하나. 시퍼렇게 죽어 흙갈색 속살을 다 드러낸 산색 말이다. 영월, 어디로 향하면 이런 산을 마주 대할 수 있나. 거칠다 못해 비릿한 훍냄새까지 진동하는 땅.

단순한 구도와 색, 즉흥적인 촉각과 터치로 쌓은 ‘영월’(2019)의 산은 젊은 작가 문규화(29)의 붓끝에서 나왔다. 굳이 영월이라 그럴 것도 없다. 어차피 작가의 ‘산 그림’은 산 자체라기보다 산을 담는 방식을 표현했다는 게 맞을 거다.

덩치 큰 맥처럼 보이지만 1호쯤 되는 작은 그림이다. 현장에서 스케치 대신 바로 완성한 수채화라니. 배경에 죽죽 그은 연필 자국, 산세를 타고 오른 옅은 번짐, 젖은 땅의 축축한 질감까지, 종이에 얹은 수채여서 가능한 장면일 터. 실체가 빠진 자리를 감각만으로 채워냈다.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갤러리가비서 여는 개인전 ‘바람이 더 불었으면 좋겠다’에서 볼 수 있다. 종이에 수채. 14.8×21㎝. 작가 소장. 갤러리가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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