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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엿보기]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치킨배달의 꿈’

김형욱 기자I 2015.07.06 01:10:00

법 미비 탓 시범사업 한 달 만에 무산
연말 법 재정비.. 사업 재추진 나설듯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는 지난 5월 말 ‘치킨 배달의 꿈’을 안고 서울에 상륙했다. 실전이 아닌 실증사업이었다고는 하지만 서울시·BBQ와 손잡고 화려한 신고식도 치렀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난달 30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를 최종 불허했다. 트위지는 결국 한 마리의 치킨도 배달 못 한 채 차고로 돌아갔다.

구분이 애매했다.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승용·승합·화물·특수차 5가지인데 트위지 같은 초소형 전기차는 그 어느 곳에도 넣기 어려웠다. 승용차로 분류하려니 당장 의무사항인 범퍼가 없었다. 역시 의무 부착 장치인 안티 록 브레이크 시스템(ABS)도 없다.

이륜차로 넣기에도 모호했다. 바퀴가 네 개여서는 아니다. 법적으로 이륜차의 바퀴가 꼭 두 개여야 한다는 건 없다. 그러나 핸들이 바(bar) 형태여야 한다. 여닫는 문도 없어야 한다. 트위지는 자동차처럼 둥근 핸들에 문도 있다.

정부의 불허 방침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현행 법상 자동차가 아닌 탓에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났다면 모든 법적 판단에 모호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11월 서유럽 순방 중 프랑스 파리 르노 전기차 체험센터에서 트위지를 타 보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 5월 트위지 국내 시범주행 사업을 시작했으나 현행 법상 이륜차로도 승용차로도 구분이 어려워 결국 무산됐다.
아쉬움은 남는다. 마케팅적인 측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트위지의 치킨배달은 실증사업을 겸했다. 연구목적을 겸한 마케팅 행사가 이번 뿐은 아니다. 지난달 인천 송도의 쉐보레 볼트 시승 행사도, 올 4월 제주의 아우디 A3 이트론 시승행사도 연구 목적이었으나 마케팅적 측면도 있었다. 물론 이들은 승용차로 분류할 수 있어 도로주행에 문제는 없었지만.

정부는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까지 지급해가며 대중화 노력을 하고 있다. 트위지의 치킨 배달도 미래 이동수단의 가능성을 엿볼 기회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법은 시대에 뒤처진 셈이다.

참고로 트위지는 이미 2012년 유럽에 출시돼 지금까지 1만5000대 가량 판매됐다. 현지에선 ‘초소형 차(퀴드리사이클·quadricycle)’로 분류한다.

영영 국내 도로를 달릴 수 없는 건 아니다. 빠르면 3개월 내 돌아온다. 국토교통부는 차종을 분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범운행할 수 있도록 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내년엔 유럽처럼 차종 분류도 마무리된다. 현재 용역 연구 중이며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치고 공청회도 열린다. 정부는 2017년까지 400억원을 투입해 국산 초소형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시내를 달리는 트위지 모습. 르노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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