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협력의 상징, '지소미아'가 뭔가요?[김관용의 軍界一學]

김관용 기자I 2023.03.19 08:00:00

尹대통령 日방문, 정상회담서 지소미아 복원 선언
美 종용으로 여러차례 체결 시도했다 무산
朴정부서 체결…이후 日 보복 조치로 협정 종료 부침
日과 군사협력 본격화…초계기 갈등 문제는 여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만에 일본을 찾아 한일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2019년 파기 선언까지 했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하 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명분을 바탕으로 한일 간 군사 협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소미아, 33개국+1개 기구와 체결

지소미아는 2급 이하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보안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체결 당사국간 상호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과 교환된 정보의 보호, 관리방법 등을 정하는 기본 틀입니다. 제공 경로, 관계관 자격, 제공된 정보용도, 보호의무, 관리방법, 파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협정을 체결했더라도 모든 정보가 무제한 제공되지 않고, 철저한 상호주의에 따라 사안별로 검토해 선별적으로 정보를 교환한다는게 군 당국 설명입니다.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에 앞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까지 한국은 총 33개국 및 1개 기구와 군사비밀정보 관련 협정 및 약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정부간 협정을 맺은 국가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스페인, 호주, 영국, 스웨덴, 폴란드, 불가리아, 우즈벡, 뉴질랜드, 그리스, 인도, 루마니아, 필리핀, 헝가리, 요르단, 그리고 일본 등 20개국입니다. 국방부간 약정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파키스탄, 노르웨이, UAE, 덴마크, 콜롬비아, 벨기에 및 NATO(13개국+1개기구) 등과 체결했습니다.

지난 2016년 한일간 체결한 지소미아는 1945년 광복 이후 우리 정부가 일본과 맺은 첫 군사협정이었습니다. 지소미아는 당초 미국의 ‘압력’에 따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0년 한국에 체결을 요청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측의 무관심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재추진돼 2012년 당시에는 체결 막판까지 갔습니다. 관련 안건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등 ‘밀실추진’ 논란에 결국 체결이 무산된 것입니다.

‘밀실추진’ 논란으로 무산…4년만에 체결

그러나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미사일 위협 현실화에 따라 한미일 3국 간 관련 정보 공유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2014년 지소미아의 대체 수단으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TISA·이하 티사)이 체결된 이유입니다. 티사는 1987년 한미 군사비밀보호협정과 2007년 미일 군사비밀보호협정에 명시된 제3자와의 정보공유 관련 조항을 근거로 3국이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미국을 경유해 한일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 다시 지소미아 관련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북한의 4·5차 핵실험과 20여회의 미사일 발사 상황에 직면해 우리 능력과 태세를 보강하기 위한 조치로 지소미아가 필요하다는 논리였습니다. 2016년 10월 협정 체결 추진 발표 이후 단 27일 만에 협정 서명에까지 다다랐습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많은 국방비 투자와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감시 및 탐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는 게 당시 국방부 설명이었습니다.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 편대가 독도 상공을 초계비행하고 있다. (출처=공군)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우리나라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들의 배상 판결을 내립니다. 이에 반발한 일본은 한국에 대한 핵심소재 3종 관련 수출규제 조치와 8월에는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배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2019년 7월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등의 ‘압력’으로 종료 통보의 효력을 유예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지소미아 체결 당시와 다르게 티사만으로도 한일 군사 협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소미아는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티사는 구속력이 없습니다. 지소미아의 효력은 1년인데,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파기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종료됩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측에 종료를 통보했지만, 다시 종료 통보의 효력을 유예해 불안정한 상태로 지소미아를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일 군사협력 확대…‘초계기 갈등’은?

국방부는 일본과의 정보 공유 횟수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지소미아 정상화를 선언했다”면서 “국방부는 우리 외교부에 17일 한일 지소미아의 종료통보(2019년 8월)와 종료통보의 효력 정지(2019년 11월)에 대한 철회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가 일본 외무성에 ‘외교 공한’을 발송한 후 조치가 완료되면 한일 지소미아는 완전 정상화 됩니다.

윤석열 정부들어 한미일 3국 정상간 합의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미사일 경보는 실제 요격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데이터입니다. 이에 더해 한미일 연합훈련이 본격화 되고 있고,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우리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등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 (출처=일 해상자위대)
그러나 한일간 군사 분야에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합니다. 우리 군의 연례적인 독도 방어 훈련에 대해 일본은 매번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함정과 일본 초계기간 ‘레이더’ 갈등도 여전합니다. 2018년 12월 20일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 중이던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된 사건입니다. 우리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고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는데, 이같은 양측의 입장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일 정상간 만남을 계기로 우리 국방부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당초 ‘초계기 갈등’은 강제징용 해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두 사안이 별개이긴 하지만, 향후 한일 간 신뢰관계 회복을 고려해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사과나 사실관계 재조사 없이, 과거는 그냥 묻어두겠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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