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억대 연봉 은행원 총파업, 민심이 얼마나 납득할까

논설 위원I 2022.08.08 05:00:00
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다음 달 중순 총파업을 벌이기로 하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박홍배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노조 지도부는 지난달 금융 노사간 산별중앙교섭이 결렬되자 총파업을 결의한 뒤 전국 지부를 돌며 총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후 지역별 조합원 결의대회를 거쳐 다음 달 16일 총파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2014년 이후 8년 만의 총파업이 된다.

금융노조의 요구는 임금 6.1% 인상, 주 4.5일(36시간)근무, 영업점 폐쇄 중단 등이다.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산별중앙교섭에서 1.4% 임금인상안을 고수하면서 근무시간 단축과 영업점 유지에도 난색을 보였다. 최대 쟁점은 임금인상률인데 노사간 입장 차이가 크다. 금융노조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6%를 넘는데다 은행들이 사상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사측이 제시한 1.4% 임금인상안은 사실상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노조의 이런 주장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실질임금을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노조 조합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는 온 국민이 겪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의 생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반면 금융노조의 주축인 은행원들은 고물가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우리 사회의 고임금 계층에 속해 생계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들은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웃돈다. 이런 집단이 근무시간 단축과 함께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분 전액을 임금인상으로 보전받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고통분담을 도외시한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사상최대 실적을 인상 요구의 근거로 삼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은행원들이 열심히 일한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볼 수 없어서다. 여러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에 편승해 대출 금리를 올린 덕에 이자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손쉽게 번 돈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니 국민은 물론 지나친 이자장사 자제를 당부한 금융 당국의 시선도 고울 리 없다. 이번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명분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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