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미국 10년-2년 금리 역전 현실로…달아오르는 침체 논쟁

김정남 기자I 2022.03.30 04:58:47

오후장 한때 2년물 금리 10년물 웃돌아
2019년 6월 이후 처음…침체 논쟁 격화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장단기 금리가 결국 역전됐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방준비제도(Fed) 통회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보다 장중 한때 낮아졌다.

장단기 국채를 대표하는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이는 그동안 경기 풍향계로 널리 쓰여 왔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건 미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다시 말해 침체의 전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단정 짓는 건 이르다는 신중론이 나오면서 침체 논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사진=AFP 제공)


2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3분께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2년물 금리를 잠시 밑돌았다. 둘 모두 2.39%대에서 잠시 역전이 일어났고, 이후 두 금리는 다시 4bp(1bp=0.01%포인트) 안팎 벌어진 채 거래됐다. 블룸버그는 “불과 몇 초간 10년물 금리보다 2년물 금리가 더 높았다”고 전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2019년 9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전날 30년물과 5년물 금리가 2006년 이후 처음 뒤집어져 주목 받았다.

월가가 금리 역전에 관심을 쏟는 건 특유의 경기 예측력 때문이다. 당장 눈앞보다 먼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건 자연스럽다. 그런데 예컨대 10년 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장기금리가 낮아진다면, 다시 말해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초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미국 장기국채 수요가 커진다면 그 차이는 좁혀질 수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둔화 혹은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시장은 이를 두고 ‘커브가 눕는다’고 표현한다.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채권 수익률의 변동을 선으로 그은 것이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곡선은 편평한 형태(커브 플래트닝·yield curve flattening)를 띠는데, 이를 ‘눕는다’고 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 일드커브는 가파른 형태(커브 스티프닝·yield curve steepening)를 보인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변수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웨스턴 유니언 비즈니스 솔루션의 조 마님보 선임분석가는 “10년물과 2년물 금리 움직임은 연준의 긴축이 연착륙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긴장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기 침체론을 두고 “아직 섣부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온다. 10년물과 3개월물 국채금리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그 주요 근거다. 두 금리 차이는 최근 190bp 안팎 수준으로 갈수록 커지면서, 커브 스티프닝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최고시장전략가는 “2019년 10년물과 2년물이 잠시 역전된 이후 마치 팬데믹을 예고한 것처럼 2020년 경기 후퇴에 돌입했다고 말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며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그 대신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흐름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이미 몇 년전부터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단기물을 더 당겨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래서 2년물 대신 부상한 게 3개월물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최근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차를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