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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약할 땐 中 구원투수"…덜 오른 신흥국株, 주목

고준혁 기자I 2021.09.09 00:30:00

올해 MSCI ACWI 수익률 15.4%…선진국 17.4%·신흥국 2.7%
S&P500 PER 21배로 연초比 6%↓…코스피 11배로 18%↓
"中 4분기부터 긴축·규제·신용자극 바닥 통과 예상"
최근 위안화 절상 중…"현안 대응 정책에 대한 기대감"
"'피크 아웃'엔 안전자산…주식 한다면 US·방어株" 시각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에 더는 기대할 게 없다”

미국의 성장과 유동성이 모두 ‘피크 아웃(고점 통과)’을 하면서 미국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시선은 그간 상대적으로 못 오른 신흥국 시장으로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다. 코로나19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면서 돈줄을 조인 중국이 통화 및 재정정책 여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받고 있다. 일방적이던 선진국 강세가 점차 옅어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모건스탠리 “美 주식 줄여라”

8일 톰슨 로이터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모건스탠리인터네셔널(MSCI) 전세계지수(ACWI) 지수는 올해 15.4% 올랐다. 같은 기간 MSCI 선진국 지수는 17.4%, 신흥국 지수는 2.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북아메리카 지수는 20.0%, 아시아 신흥국은 0.5%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22.14%, 코스피 7.39% 상승 등 올해 주식시장 상승은 미국이 이끈 것이다.

다만 일방적인 상승이었던 만큼 가격 측면에서의 부담 정도는 정반대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4배로 연초 대비 6.1%가 낮아졌다. 코스피는 11.3배로 18.8% 낮아졌다. 한 달 전 대비 기준으로는 S&P500은 1.3% 올랐지만, 코스피는 1.8% 낮아졌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코스피가 더 저렴하다고 느끼게 되는 셈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S&P500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경계 심리가 뚜렷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민감과 경기방어 업종의 수익률 격차는 3분기에 들어서면서 횡보세에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지표가 좋으나 안 좋으나 최근 들어 건강관리, 유틸리티와 같은 경기방어적 업종들과 안정적인 빅테크 주식들만 오르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계속 양호하게 나오긴 해도 증가율 면에서 꺾였으며, 향후 9월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 미국 재무부 부채 협상 등 부담스러운 경제 이벤트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상 최고치는 위태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트 크로스 멀티에셋 전략가는 “향후 2개월은 성장, 정책, 입법 아젠다로 큰 위험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유럽이나 일본 주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도 델타 변이 확산, 정부의 부양책 소진 등에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단 전망을 내놨다.
최근 달러 ‘약세’·위안화 ‘강세’

전문가들은 신흥국 상황이 극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작지만, 미국이 에너지를 소진한 것과 대조적인 면이 있어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통화 및 경기 사이클 시점상 중국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궁즉변 변즉통’이란 주역의 말이 경제 사이클만큼 잘 통하는 곳도 없다”며 “강한 기업규제와 경기, 기업 이익 둔화로 불안한 중국이 4분기부턴 긴축, 규제 사이클이 바닥을 지나며 중국신용자극지수(GDP 대비 신용창출 비율)도 상승 반전할 확률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연준의 긴축과 미국 경기 둔화란 조합이 나타났을 때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중국의 통화와 재정정책은 부양기조로 방향을 틀었고 이는 증시 강세와 신흥국 통화 강세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경기 반등에 시장이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이 ‘공동부유’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던 상해종합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최저점인 지난달 20일 3427.33에서 이날 3667.66으로 7.02% 반등했다. 달러 인덱스는 최근 최고점인 지난달 20일 93.65선에서 이날 92.59로 낮아진 반면, 1달러당 위안화(역외)는 같은 기간 6.5위안에서 6.46위안으로 절상됐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은 “보통 미국의 주가와 금리가 오르는데도 달러 약세가 나오면, 미국 외(Non-US) 국가의 성장 기대감이 나오는 것인데, 중국이 아닐까 싶다”며 “과주기(跨周期) 조절 등 부채 확대를 억제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유지하면서 당장 성장 동력이 너무 빠르게 식어버릴 수 있는 현안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기대감을 일으키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밖에 신흥국 백신 보급 속도의 가파른 상승세와 경기 재확장 전망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시선은 테이퍼링과 델타 변이에 머물고 있으나 신흥국 경제와 이익은 하반기 모멘텀 재확보 및 2023년까지 중기 사이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이후 신흥국 증시의 상대 매력 부각을 전망하는 가운데, 경기 베타(민감도)와 하이테크 비중이 높은 한국, 중국, 대만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와 이익 증가세가 둔화 또는 낮아지는 상황에선, 안전자산에 머물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주식 중에선 가장 안전한 미국, 그 가운데서도 방어주가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희망고문보단 현실을 직시할 때로, 현재 경기 사이클 레벨만 본다면 주식보다 채권이고 주식 중에선 Non-US보단 US다”며 “이미 펀드플로우 상으론 선진국 자금 유입, 신흥국 자금 유출 상황이 나오기 시작하는 등 인컴형(현금 창출) 자산과 방어주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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