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코앞인데 '사자'…롤러코스터 타는 개미

권효중 기자I 2021.08.06 02:00:00

정리매매 제낙스·럭슬, 단기간 주가 급등락 반복
한화머스트5호스팩 등장에 스팩株 다시 '들썩'
"적은 금액으로도 주가 급등락, 투자 주의"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코스피 지수가 3200선을 맴돌며 박스권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수급만으로 주가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 종목, 합병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스팩(SPAC) 등이 다시 날뛰고 있다.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을 누리고 ‘투기’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제낙스 등 정리매매 종목 주가 급등락 반복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제낙스(065620)는 전 거래일 대비 45.30%, 419원 내린 50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럭슬(033600)은 39.29%(55원) 하락한 85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들은 모두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난 종목들은 정리매매를 거쳐 최종적으로 상장폐지가 이뤄지는데,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제한폭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달 29일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간 제낙스(065620)는 주가가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리매매 첫날에는 92% 넘게 하락하더니, 지난 2일에는 돌연 하루에 105% 넘게 폭등했다. 이후 지난 3일과 4일에는 이틀 연속 20%대 급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2일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간 럭슬(033600) 역시 첫날에는 63% 가까이 하락했던 것이 전날까지 이틀 연속 급등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까지 럭슬을 매수한 주체는 개인투자자로 704억원을 사들였다. 개인끼리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낙스 역시 이날까지 개인이 342억원을 사들이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6월 말에서 지난달 초에 걸쳐 3300선을 터치하던 코스피 지수가 한 달여간 3200선에서 횡보를 거듭하자 단기간 차익을 노린 개인들이 접근한 부분으로 풀이된다.

한화스팩 새 등장에 스팩도 다시 널뛰기

여기에 최근 변동이 커진 것은 상장폐지 종목뿐만이 아니다. 한동안 이상 급등 현상을 보였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들 역시 최근 급등락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4일에는 한화에스비아이스팩(317320)이 14% 넘게 급등하고, IBKS제12호스팩(335870), 삼성머스트스팩5호(380320) 등이 9%대 오른 반면 유안타제6호스팩(340360), 신영스팩5호(323280) 등은 약세를 보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였다. 이어 이날에는 또 교보9호스팩(331520)(-5.92%), 하나머스트7호스팩(372290)(-4.77%), SK5호스팩(337450)(-4.74%) 등이 하락 움직임을 보였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스팩은 한 차례 이상 과열 현상을 보여준 바 있다. 삼성스팩2호(291230)와 메타버스 기업 엔피와의 합병을 계기로 합병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스팩들까지 주가가 급등하는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스팩은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 통로로 이용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인 만큼 합병 대상이 없으면 주가가 오르내릴 이유가 없지만, 수급이 집중되며 급등락을 오고가는 모습이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청약 일정이 겹쳤음에도 불구, 높은 청약 열기를 보여줬던 한화(000880)머스트제2호스팩이 이날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첫날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성공, 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다른 스팩주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새였다. 한화머스트제2호스팩은 지난달 26~27일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비례 기준 909.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청약 마지막 날 막바지 수요가 몰리며 전산 오류로 인해 마감 시간을 두 시간 늦추는 등 해프닝이 발생하며 관심이 집중됐던 종목이다.

앞서 지난 6월 스팩 급등락 현상의 중심에 삼성스팩4호(377630)가 6거래일 연속 상한가 기록을 쓰고, 이후 삼성머스트스팩5호(380320)가 청약 경쟁률 908.5대 1을 기록하며 ‘열풍’이 불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인 셈이다. 당시 한국거래소 등은 스팩을 기획 감시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과열양상이 한 차례 잦아들었지만, 이들의 주가는 여전히 스팩 기준가의 3배 이상인 7000원대를 오고 가는 등 여전히 가격이 높은 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기성 접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리매매 종목과 스팩 등은 주가가 낮아 수급으로만 주가가 쉽게 급등락하는 만큼 손실을 입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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