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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골뱅이의 전통을 잇는다는 가게들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일대에 몰려 있다. 지난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된 이 골목은 밤이면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구멍가게에서 골뱅이 통조림에 쥐포를 찢어 넣고 양념을 한 뒤 안주로 내놓던 것이 발전해 골뱅이무침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97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풍남골뱅이’는 풍남식품이라는 가맥집(간단하게 술과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가게 맥줏집)에서 출발해 이제는 이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45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은 입구부터 오래된 가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깔끔함을 자랑했다. 이는 올해 초 리모델링을 통해 새 단장을 마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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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게 사장님과 직원들은 더욱더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먼저 자리에 앉아 골뱅이를 주문하면 어묵탕, 땅콩, 계란말이가 서비스로 나온다. 그리고 메인 메뉴인 골뱅이는 빨간 양념에 파채와 북어채가 함께 어우러져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 강렬한 색상만큼 맛 또한 매콤하지만 새콤한 양념들이 젓가락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특히 이곳의 별미는 바로 ‘국수사리’다. 생면을 쓴다는 소면에 남아 있는 골뱅이를 비벼 먹으면 또 다른 메뉴가 탄생한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땐 부드러운 달걀말이를 무한제공한다는 점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골뱅이에 두 번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어떤 이는 농담 삼아 “달걀말이 먹으러 가야지”라고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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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을지로는 ‘힙지로’라고 불릴 만큼 가장 핫한 지역으로 꼽히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는 뉴트로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일까. 가게 안은 어느새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너나 할 거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이곳은 언제나 만석이다. 어떤 이는 추억의 그 맛을 잊지 못해 방문하고 어떤 이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직장인 A(34)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랜만에 이곳을 방문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겨울 이곳을 방문한 후 거의 반년 만에 다시 찾은 것 같다. 회사와 거리가 멀지 않아 자주 들려 먹곤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왔다”며 “가게 내·외관이 너무 깔끔해져서 다른 곳을 온 줄 알았다. 골뱅이 맛은 여전하다. 이 맛을 끊을 수 없어서 매번 이곳을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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