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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 과학기술 발전과 가족친화경영

김민구 기자I 2015.10.26 03:01:01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최근 뉴스를 보다 50년 전 당시 24세 만화가가 상상해 그렸다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를 접했다. 화상전화, 전기자동차, 태양열을 이용한 집, 원격 치료…. 전화보다 편지나 전보가 더 일상적이던 그 시절의 상상은 놀랍게도 불과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모두 현실이 됐다. 오히려 이를 뛰어넘는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입는 것만으로 심박수, 호흡수, 체온, 운동량 등 신체 데이터를 측정해 알려주는 ‘바이오셔츠’, 비명 소리나 폭발음이 발생한 지점을 스스로 포착하는 ‘귀 달린 CCTV’, 어떤 형태든 그대로 재현하는 ‘3D프린팅기술’에 이르기까지 기술발전은 사람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질 높은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우리 국민 기대수명도 30여년 더 길어져 여든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700여년 후 2750년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현재 출산율(1.19명)이 지속되면 2060년이면 생산 가능 인구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고 2750년이면 나라 자체가 아예 소멸할 수 있다는 경고 사이렌이 울린다. 우리 사회가 당장 1년 후, 2년 후가 아니라 50년 후, 100년 후, 그 이상 내다볼 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저출산과 성장동력 고갈의 난관을 극복하는 일이다. 그 해법은 여성경제활동 확대에 있다. 여성고용률이 높아질수록 출산율과 국내총생산(GDP)도 높아진다는 것은 여러 선진국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정부가 여성경제활동 확대와 실질적 양성평등문화 정착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다.

다행스럽게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가정에서 육아와 가사를 함께하는 ‘워킹대디’ 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남성육아휴직자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급증해 전체 육아휴직자 내 비중이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정부는 가정 내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게 육아휴직 첫 달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아빠의 달’ 제도를 내년부터 현행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가족친화경영의 한 방안으로 ‘스마트워크’를 보다 활성화할 때다. 스마트워크는 주5일 출퇴근 하루 8시간 근무라는 전통적 근무방식에서 벗어나 첨단IT기술을 기반으로 근무시간과 장소에 유연성을 높인 제도다. 근로자 입장에서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길 수 있고 기업은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2010년 첫 도입 이후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한 기업에서도 남녀직원 2만여명 대부분이 육아와 개인시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만 기업에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가족과 일을 모두 챙길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는 기업은 직원들의 평균 이직률이 줄어드는 반면 직원 만족도와 여성고용률은 꾸준히 늘어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00년대 생활상을 정확히 예측했던 청년만화가는 이제 70대 노(老)화백이 돼 2050년을 화폭에 그리고 있다. 그가 상상하는 머지않은 미래에 아이들은 우주선을 타고 수학여행을 떠나고 좁쌀만한 로봇이 우리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픈 곳을 치료해준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인류는 끊임없이 한계를 허물어갈 것이다. 가족친화경영도 이 같은 기술발전을 적극 활용해 발맞춰 가야 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삶을 통한 행복과 여기서 샘솟는 인간의 빛나는 창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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