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응징' 공소시효는 거꾸로 간다[그해 오늘]

전재욱 기자I 2023.02.16 00:03:00

내란 세력 처벌하고자 공소시효 정지한 5·18 특별법
처벌피하려고 '위헌' 소송낸 신군부..'소급효금지 원칙'
헌재 "당사자 권리 박탈보다 공익적 가치가 중대해 합헌'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헌법재판소는 1996년 2월16일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5·18 특별법)의 공소시효 정지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법은 12·12와 5·18 가담자를 처벌하고자 1995년 12월 시행됐다. 그런데 막상 처벌하려고 하니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법률을 만들면서 ‘공소시효를 1993년 2월24일까지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1996년 2월22일 군사반란 혐의로 구속되는 장세동.(사진=연합뉴스)
공소시효 정지를 담은 입법은 유례가 없었다. 과거 행위를 처벌하려고 현재 법을 만들면 당사자 권리를 침해하기에 금지(소급효금지의 원칙)하는 것이 상식이다. 소급입법으로 국민은 참정권을 제한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헌법에도 명시된 내용이다. 전 안기부장 장세동과 전역 군인들은 5·18 특별법으로 처벌받게 될 처지에 놓이자 이런 점을 노려 헌재에 소송을 냈다.

소송을 심리한 헌재는 이 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은 합헌 의견을, 5명은 한정 위헌 의견을 낼 만큼 의견이 분분했다. 헌재 결정으로 법률이 위헌이 되려면 재판관 6명이 위헌이라고 의견을 내야 하는데, 정족수가 부족해 5·18 특별법의 공소시효 정지는 합헌으로 유지된 것이다.

당시 헌재는 “12·12 반란행위 및 내란행위자들은 헌법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했다”며 “집권 과정에서 헌정질서 파괴 범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해 정의를 회복해 왜곡된 우리 헌정사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하는 공익적 필요가 매우 중대하다”고 했다. 이어 “이 법은 가담자의 이익이나 법적 안정성을 물리치고도 남을 만큼 월등히 중대한 공익을 추구한다”며 “공소 시효 완성에 따른 법적 지위를 소급해서 박탈하더라도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12·12와 5·18 가담자의 공소시효는 단순 범죄자 1998년 2월24일까지, 수괴 2008년 2월24일까지 각각 늘어났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1996년 2월22일 장세동(수경사 30경비단장)과 최세창(3공수여단장), 박준병(20사단장)을 군사반란 혐의로 구속했다.

이보다 앞서 나온 1995년 12월14일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헌재 결정은 1996년 1월23일 전두환과 노태우가 내란 등 혐의로 기소되는 기반이 됐다. 검찰은 1995년 7월18일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헌재가 뒤집은 것이다. 여기에 ‘공소시효 정지 합헌’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12·12와 5·18 세력을 광범위하고 촘촘하게 처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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