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돈방석 앉은 VC들…운용자산 '1조 클럽' 속속

김연지 기자I 2021.10.22 01:30:00

국내 VC 1조 클럽 10곳 남짓서 대폭 확대중
"운용자산 규모 확대로 광범위 투자 가능"
스마일게이트인베·미래에셋벤처 등 대열 합류
우려의 목소리도 "VC 인력난 해소 시급"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올 한 해 돈방석에 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규모가 커지는 만큼 부담도 있지만, 무엇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진전 아닐까요.”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관계자의 말이다. VC 업계가 올해 내내 이어진 풍부한 유동성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운용자산(AUM) 규모 확대로 수수료 수익이 덩달아 늘어나면서다.

그간 국내 VC 중 운용자산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곳은 10곳 남짓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수준을 서서히 넘어서는 모양새다. 창업 생태계와 자본시장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하는 VC의 운용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VC가 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광범위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생태계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AUM 1조원 돌파…“투자 분야 늘리고 가치 더하고”

21일 VC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운용자산 1조원을 돌파한 VC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 인터베스트 등이다. 이로써 국내 VC 중 1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굴리는 곳은 14곳 남짓으로 늘었다.

가장 최근 1조 클럽에 입성한 곳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다. 이 회사는 최근 470억원 규모의 ‘스마일게이트 엑스알(XR) 콘텐츠펀드 2호’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는 메타버스 산업과 관련된 가상융합기술 및 애드테크 투자를 위한 것이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이 외에도 색다른 신규 펀드를 조성하며 투자 분야를 무서운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에만 게임 콘텐츠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스마트룬샷게임콘텐츠펀드(390억원 규모)’, ‘스마일게이트스마트오렌지펀드(150억원 규모)’, ‘스마일게이트글로벌유니콘1호펀드(130억원 규모)’, ‘스마일게이트넥스트커머스1호펀드(72억원 규모)’, ‘스마일게이트로켓부스터 1호펀드(22억원 규모)’ 등 신규 펀드를 다수 조성했다. 이번 엑스알 콘텐츠 펀드 2호까지 더하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 규모는 1조원을 소폭 웃돌게 된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이러한 기세를 이어나가 현재 500억원 규모의 뉴딜펀드 결성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11월 초 안으로 결성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올해 1조 클럽에 입성한 곳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뿐만이 아니다. 리디북스와 무신사, 마켓컬리, 오늘의 집 투자로 ‘포트폴리오 맛집’이라는 별명이 붙은 미래에셋벤처투자도 신규 펀드를 결성하면서 지난 8월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회사는 해외 유니콘 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인 ‘미래에셋 글로벌 유니콘 투자조합’을 비롯해 당시 923억원 규모로 신규 펀드들을 결성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약정총액 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소부장 사모펀드(PEF) 결성이 확정, 운용자산이 총 1923억원 늘어나면서 1조 클럽에 입성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를 집행하는 인터베스트도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560억원 규모의 ‘인터베스트 글로벌 스케일업 펀드’ 결성을 마무리 지으면서다. 해당 펀드는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것으로, 회사는 이를 통해 4차산업 관련 기업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근래 1조 클럽에 입성한 VC의 한 관계자는 “VC 덩치가 커질수록 경쟁력 있는 피투자 기업에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시대”라며 “피투자사 입장에서도 믿고 오랜 기간 함께 할 투자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자금력이 충분하고, 운용 역사가 있는 VC가 경쟁력을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 규모 늘수록 인력난 위기의식 우려도

다만 운용자산 규모가 늘어날수록 VC 업계의 해묵은 난제인 ‘인력난’도 덩달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모가 늘어날수록 인당 처리할 업무가 가중되면서 인력 이탈이 심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인력난은 이 업계에서 여전히 고질적인 난제로 꼽힌다”며 “인력 충원 속도가 신규 펀드 조성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인당 관리해야 하는 운용 규모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무 과중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이직을 하는 경우도 빈번해 일각에서는 성과보상 체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라면서도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업계 간 인재 확보 전쟁도 치열해져 시장 상황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