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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무기명 골프회원권, 잘못 사면 '독배' 될 수도

김인오 기자I 2015.07.08 07:04:27

'김영란법' 시행 땐 접대골프 불가
회원권 사도 '무용지물' 우려
만기시 입회금 반환 여부도 불투명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최근 무기명 골프회원권의 높은 활용도를 이용한 분양 열기가 뜨겁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저렴한 그린피에 주말 부킹 보장 등 많은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주로 기업들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직원 복지용으로도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수억 원대의 무기명 골프회원권이 실제로는 이용가치가 낮아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게다가 골프장 경영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입회금 반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7일 발표한 ‘무기명 회원권의 가치’ 자료에 따르면 무기명 정회원권을 구입해 4인이 플레이할 경우 한팀 입장료가 20여만원 정도로 접대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용가치가 연간 1200만원에 불과해 실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회원제 골프장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이 골프장의 무기명 법인회원권값은 무려 8억 4000만원이나 된다. 무기명 4인에게 주중·주말 월 4회 부킹을 보장하고, 주중·주말의 입장료는 5만 5000원이다. 이 골프장을 연간 주중·토요일 각각 40회 이용 시 비회원에 비해 연간 1240만원이 절약된다. 10년간 이용하면 1억 2400만원에 불과하다.

또 다른 회원제 골프장은 주중 무기명을 2억원에 발행하고 있다. 주중 월 8회 부킹을 보장하고 무기명 4인의 입장료는 면제(세금만 납부)다. 이 골프장을 연간 주중 80회 이용했다고 가정했을 때 무기명 회원권 소지자가 비회원에 비교해 얻는 혜택은 연간 1179만원이다. 법인이나 개인이 수억 원을 주고 무기명 회원권을 구입한 것 치고는 실익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무기명 회원권을 구매하는 이유는 이름이 써 있는 기명식이 아니고 무기명 회원카드를 소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장료를 할인받는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만기시에 입회금을 반환해 줄 여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경영수지 적자폭은 매년 확대되고 골프회원권값이 계속 떨어지는 데다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 실질적으로 골프접대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무기명 회원권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2070%에 달한다. 영업이익률도 -4.5%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 수 골프장이 자금난을 겪고 있어 입회금 반환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무기명 회원권 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회원제 골프장도 무기명 회원권을 남발해선 안 된다.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발행은 골프장의 경영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무기명 회원에게 낮은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운영수지 적자폭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서천범 소장은 “무기명 회원권을 발행하는 회원제 골프장 대부분은 경영위기에 직면한 골프장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꼭 필요하다면 재무구조가 튼튼한 골프장의 회원권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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