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준금리 인하.."필요하면 추가조치 가능"(종합)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 우려에 맞서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낮은 수준의 금리가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으며 향후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는 등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ECB, 기준금리 0.15%로 인하..예금금리 마이너스로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0.25%에서 0.15%로 낮추는 한편 초단기 예금금리는 0%에서 마이너스(-)0.1%로, 한계대출금리는 0.75%에서 0.4%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마이너스 예금 금리는 은행들이 초과 자금의 일부를 다른 은행에 빌려주어 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하는 유로존 경제를 부양시킬 조치로 해석된다.

ECB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규대출 규모와 연계, 은행에 저금리 대출을 허용하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도 발표했다. LTRO의 초기 규모는 4000억유로로 산정됐으며 기존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따른 유동성 억제를 위해 실시해오던 채권 불태화 조치도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와 적은 비용의 자금 조달이 불충분할 경우 추가적인 ‘비전통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는 “이번에 발표한 조치는 중대한 패키지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끝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권한 내에서 이 정도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조치에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을 비롯,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영란은행(BOE)이 취한 것과 유사한 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포함될 수 있을 전망이다. 드라기 총재는 “광범위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은 이같은 도구들 중 확실한 하나”라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금리가 ‘상당기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며 기존에 관측된 것보다 더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CB, 올해 인플레이션·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 발표

이날 ECB는 올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새로 발표했다. ECB는 올해 연율 인플레이션율을 3월에 발표한 1.0%보다 낮은 0.7%로, 2016년 4분기에는 1.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올해 1.0%로, 당초 예상치인 1.2%보다 낮췄다.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과 관련해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에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한편 ECB의 이번 조치는 유로화 약세를 불러와 수출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촉진시킬 것으로도 해석된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드라기 총재 발언 직후 1.3503달러까지 떨어지며 4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