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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있기에 사람 있다"...'성폭행' 배우에 일침 [그해 오늘]

박지혜 기자I 2023.12.05 00:03: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여성이 있기에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다”

4년 전 오늘, 2019년 12월 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최창훈 부장판사)는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를 받는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6)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어 “잊지 말고 노력해서 밝은 삶을 준비하라”고 덧붙였다.

강 씨는 그해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여성 2명과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1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1명을 성추행한 혐의(준강간 및 준강제추행)로 구속돼 같은 달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강 씨는 준강제추행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가 다른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근거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배우 강지환 씨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건의 공소사실에 대해 1건은 자백하고 다른 1건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다투고 있지만, 제출 증거를 보면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 메시지는 매우 짧은 답문 형태에 불과하다”며 “잠들기 직전이나 집에서 일시적으로 깨어난, 몽롱한 상태에서 보낼 수 있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강 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강 씨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 역시 반전은 없었다.

강 씨 사건에서 논란이 된 항거불능 기준에 대해 올해 9월 대법원은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만 강제추행죄로 인정하는 건 ‘정조에 관한 죄’로 분류하던 옛 잔재”라고 봤다.

사촌 여동생을 추행한 군인에게 2심에서 강제추행 혐의가 무죄가 됐는데, 강제추행의 조건이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이 기준이 시대와 맞지 않다고 보고 판례를 바꾸기로 했다.

물리적 강제가 아니더라도 위력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 협박이 있었다면 강제추행을 인정하는 걸로 범위를 넓히기로 한 것이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은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한다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형평과 정의에 합당한 형사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 씨는 자신에 대한 선고에 앞서 열린 결심공판 중 최후진술에서 “한순간 큰 실수가 많은 분께 큰 고통을 안겨준 사실이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롭고 힘들었다”며 “잠깐이라도 그날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으라고 저에게 말해주고 싶다. 저 자신이 너무나 밉고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강 씨는 이 사건으로 출연 중인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소속사와 함께 드라마 제작사에 53억 8000여만 원을 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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