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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시계가 쪼개져도 시간은 간다…딜런 솔로몬 크라우스 '무제'

오현주 기자I 2022.08.04 03:30:00

2022년 작
달·구름·백조·시계 등 작가만의 도상
상징적 요소로 곳곳서 숨은 뜻 표현
튀지않는 붓질로 구현한 색·선·면 등
시각보다 생각을 먼저 끌어들이기도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 ‘무제’(사진=페레스프로젝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바늘을 잃어버린 시계가 매달려 있다. 달밤에 뜬 둥근 보름달 같던 몸통은 반으로 쪼개져 반달이 됐다. 12개로 나뉜 간격은 그대로인데, 도무지 알 수 없게 된 건 바로 지금의 시간이다.

미국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35)는 상징이 도드라진 작업을 한다. 흔히 ‘회화적 언어’라고 말하는 요소를 작품에 박아두고 직·간접적으로 숨은 뜻을 전달하는 건데. 달·물·구름·백조·보트·건축적 도형 외에도, 특히 시계는 작가의 대표적 도상이자 의미인 셈.

그중 한 점인 ‘무제’(2022)는 작품명만큼이나 무한한, 함부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담아냈다고 할까. 크게 튀지 않는 붓질 끝에 매달려 나오는 색과 선·면은 보는 이의 시각보다 생각을 먼저 끌어들여, 그리스신화나 상징주의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의 성향을 읽히게 하는 듯하다.

천체·우주·행성 등의 개념 역시 작가의 주요 레퍼토리. 이를 두고 던진 ‘해명’이 또 걸작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활한 영역을 작은 캔버스에 옮겨낸다는 것이야말로 코미디가 아닌가”라고. 철학인 줄 알았는데 해학이었다.

18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서 여는 개인전 ‘정렬의 필연성’(The Inevitability of Alignment)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에 9점을 걸었다. 리넨에 오일. 40×40㎝. 페레스프로젝트 제공.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 시계‘(Clock·2022), 리넨에 오일, 103×76㎝(사진=페레스프로젝트)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 ‘창조’(Creation·2022), 리넨에 오일, 103×76(사진=페레스프로젝트)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2022), 리넨에 오일, 122×153㎝(사진=페레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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