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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주지스님, 성폭행인가 사실혼인가..괴문서의 실체

박지혜 기자I 2017.10.15 09:50:23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 주지스님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방송한 뒤 누리꾼들의 관심이 뜨겁다.

14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조계종 내 소문으로 돌던 ‘괴문서’ 실체를 추적하면서 ‘주지스님의 이중생활’에 대해 파헤쳤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조계종 본원과 경북지역 여러 사찰에 같은 내용의 팩스가 전송됐다. 수신된 문서는 ‘주지승려 성폭행범을 고발합니다’라며 발송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표기된 한 장짜리 문서였다.

이 문서에는 25세 여성이 경북 칠곡군 소재의 꽤 규모가 큰 사찰의 주지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출산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서에 언급된 스님은 조계종 내에서는 판사의 역할인 초심호계위원까지 맡고 있던 중요한 인물.

사찰에 문서를 발송했던 이는 진경숙(가명) 씨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했다. 바로 그녀의 딸, 박영희(가명) 씨에 대한 일이었다. S사찰의 종무원으로 일하던 영희 씨가 주지승인 H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5년 동안 그림자처럼 숨어 살았다는 것이다.

방송을 통해 영희 씨는 “그 스님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다”라고 말하며 제작진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영희 씨는 제작진에게 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당시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H스님의 개인사찰에서 처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영희 씨는 “(스님이) 가까이 와보라고, 안 잡아먹는다고. 이제 저보고 수양딸 말고, 자기를 평생 시봉하는 시봉보살처럼 부부처럼 지낼 생각은 없냐고 묻더라. 나가려고 하니 잡았다. 잡으면서 이불에 눕히더니 절 겁탈하려고 했다. 이 주변에 건물 없어서 니가 아무리 소리 질러봤자 듣는 사람 없다고 그러는 거다. 제가 몸부림 치니 뺨을 때리더라. 뺨을 맞고 나니 입술 쪽이 부풀어 오르고 입안에서 피맛이 느껴졌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있으니 제 옷을 벗기면서 겁탈했다. 한번 성폭행 하고 나니 그 후엔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마다 했다. 밤에 늦게 자기 주지실에 올라오라고 해서 주지실에서도 성폭행 당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H스님)는 아는 국회의원들도 많고, 그때 당시 칠곡경찰서의 경승이란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지 제 말은 안 믿는단다. 네 엄마도 소리 소문 없이 없애버리다면서 그렇게 협박했다”며 자신이 그동안 진실을 밝히지 못했던 이유를 밝혔다.

영희 씨는 지난 7월 6일, H스님을 성폭행 및 폭행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했다. 해당 스님에게 평생 끌려 다닐 수도 없고 자라고 있는 딸 별이를 위해서라도 그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H스님은 현재 환속제적원을 신청해 승복을 벗고 속세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만나 영희 씨와의 성관계에 대해 “난 네가 좋은데 어떠냐 하니까 자기도 내가 좋다 하더라. 그래서 ‘나이가 너무 어리고 너랑 관계하기는 좀 그렇다’ 하니까 ‘난 친구하고도 했고 선배하고도 했다. 걱정마라’며 옷을 벗어서 누웠다. 때리거나 고함지른게 전혀 없었다”라고 기억했다.

그는 오히려 영희 씨 모녀가 큰 돈을 얻어내기 이번 일을 꾸몄고 “19억 8000만원 안 내놓으면 널 파면시키고 세상끝까지 가서 망가뜨리겠다”라고 협박했다는 것. 그리고 모녀의 배후에는 무속인 이씨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희 씨는 신병 때문에 다시 몸이 안 좋아져 무속인 이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지 그 뿐, H스님에게 돈을 얻어내기 위한 협박의 배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후 H스님은 영희 씨를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에 대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위자료 5000만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한 변호사는 “강간죄를 피하려고 ‘우리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거는 아주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왜 그 주장이 가능하냐면, 아이가 있어서다. 부부관계에서 애 낳고 살면서 관계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냐는 말을 결국 하고 싶은 거다”라고 보았다.

전문가들은 H스님보다 영희 씨의 주장에 더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영희 씨의 진술은 일관적이고 구체적인데 반해, H스님의 주장은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들의 해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건은 이게 강간인지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종교적인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임은 명백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여러 스님들과 사찰 관계자들을 만났으나 이들은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H스님의 사건을 종단차원에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취재를 이어가던 제작진은 종단 내 고위인사가 H스님과 연관되어 뒤를 봐줬다는 의혹과 마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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