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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엿보기]'스바루부터 포르쉐까지..' 박서 엔진의 추억

김형욱 기자I 2014.02.17 04:46:32

1800년대 말 칼 벤츠가 처음 개발.. 현재 스바루·포르쉐만 사용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박서(Boxer) 엔진.’

복싱 선수를 연상하는 이름의 이 엔진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수평대향 엔진을 뜻한다. 자동차 엔진은 2~10개의 피스톤이 움직이면서 분사한 연료를 폭발시켜 구동력을 발휘한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인라인(In-Line) 엔진과 V자 형태로 움직이는 V형 엔진을 주로 쓴다. 그러나 박서 엔진은 특이하게 피스톤이 양옆으로 마주 보며 움직인다. 이 모습이 복서가 겨루는 모습 같다고 해서 ‘박서’란 이름이 붙었다.
(왼쪽부터) 인라인 엔진, V형 엔진, 박서 엔진 구현 모습. 출처= 스바루 홈페이지
출처= 스바루 홈페이지
박서 엔진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양옆으로만 움직이기에 다른 엔진보다 납작하다. 이를 최대한 낮게 장착하면 I·V형 엔진 장착 차량보다 차체 중심이 낮고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엔진은 차에서 가장 무거운 부품이다. 지금까지 박서 엔진을 장착하는 두 회사 포르쉐와 스바루가 각종 레이싱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서로 마주 보며 움직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보면 상하 진동도 가장 적다. 부드럽게 엔진회전수(RPM)를 높일 수 있다.

단점도 있다.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고, 그만큼 비싸다. 적게 쓰이기 때문에 범용성도 낮다. 변속기나 구동시스템 등 모든 부품을 독자 개발해야 한다. 엔진이 낮게 달리다 보니 수리도 어렵다. 많은 제조사가 박서 엔진을 개발하거나 채택하지 않는 이유다. 엔진 배기량을 늘리거나 연비 성능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박서 엔진을 장착한 스바루 WRX STI. 2012년 국내에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그에 조금 앞서 스바루가 국내 시장을 철수했다.
스바루의 6기통 박서 엔진 모습. 스바루 제공
박서 엔진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현대적인 개념의 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만든 칼 벤츠다. 1897년 메르세데스-벤츠의 ‘도스 마 도스(Dos a Dos)’란 차량에 처음 탑재했다고 전해진다. 이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현재 포르쉐의 박서 엔진을 발전했다. 도요타나 폭스바겐이나 페라리도 한때 이를 자체 개발하거나 채택했으나 지금은 쓰지 않는다.

대중차로는 유일하게 일본 후지중공업(스바루)가 1966년 ‘1000’이라는 모델에 탑재한 이후 2010년 3세대 박서 엔진까지 꾸준히 적용하고 있다.

아쉽지만 국내에서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대중 박서엔진 차량인 스바루도 지난 2010년 국내 3종의 차량을 출시했으나 지난 2012년 3년을 못 채우고 철수했다. 이 기간 1500대 판매되는데 그쳤다. 박서 엔진의 장점보다는 낮은 연비와 비싼 가격이 부각되며 흥행에 실패했다. 스바루가 내세운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은 국내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그래도 명맥은 남았다. 대중이 접하기에는 고가이지만 포르쉐의 스포츠카 라인업은 여전히 박서 엔진을 쓴다. 다만, 오는 5월 국내 출시하는 포르쉐의 첫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은 V형 엔진이다. BMW모토라드의 모터사이클도 R라인업에 2기통 박서 엔진을 채택했다.

스바루와 기술 제휴를 통해 박서 엔진을 탑재한 도요타의 대중 스포츠카 ‘86(하치로쿠)’도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3000만원대에서 살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박서 엔진 자동차다. 박서 엔진 덕분에 수치상의 성능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바루와의 기술 제휴로 박서 엔진을 탑재한 도요타의 대중 스포츠카 86(하치로쿠). 한국도요타 제공
올 초 국내 출시한 BMW R시리즈 모터사이클. 2기통 박서 엔진이 적용됐다. BMW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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